[농업이야기] 농산물에도 수명이 있다
박길석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사)
[농업이야기] 농산물에도 수명이 있다
박길석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7.2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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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석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사)



우리 인간은 태어나서 유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를 거쳐 일생을 마감하듯이 농산물에도 수명이 있다.

이를 ‘상품수명주기’라고 하며, 농산물이 시장에 도입되어 쇠퇴할 때까지 겪는 매출액과 이익의 변화 과정을 말한다. 이것은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지만, 주로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의 S자형 곡선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상품이 S자형 곡선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품은 시장에 도입된 후 바로 사라지기도 하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상품도 있다. 이것은 기존 상품을 새롭게 리모델링하거나 기존고객의 수요를 증가시킴으로써 상품수명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도입기’는 특정 농산물이 처음으로 소개되는 시기로 인지도가 낮고, 매출 성장 속도가 서서히 나타난다. 따라서 기본형 상품을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신상품을 인지시키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가격전략은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고가격 전략’을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도입단계부터 대중적인 낮은 가격을 설정하여 신속한 시장침투를 노리는 ‘침투가격 전략’이나 경쟁하고 있는 농산물과 비슷하거나 같은 가격을 책정하는 ‘대등가격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다. 성장기는 특정 농산물에 대한 시장수용이 빠르게 일어나고, 매출과 이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유사 농산물이 시장에 출현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 차별화와 품질 향상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성장기 초기에는 기존가격을 유지하고 경쟁상품이 등장할 때에는 저가 가격 전략 등 다양한 가격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성숙기는 신규 구매가 없고, 기존고객의 재구매가 이루어지는 단계로, 농산물의 판매가 서서히 둔화되면서 총매출이 최고점을 찍는 시기이다. 따라서 농산물의 다양한 특성을 개발하거나 요리법 개발 등을 통하여 기존 소비자의 수요를 확대시키는 ‘시장 확대 전략’이나 기존 상품의 품질, 특징, 스타일 등을 변화시켜 수요를 확대하는 ‘상품 수정 전략’을 사용한다. 단감으로 판매하던 것을 단감나무로 분양하는 방법이 그 한 예이다.

쇠퇴기는 소비자의 취향 변화와 새로운 상품의 출현으로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어 특정의 농산물이 사라지는 시점이므로 기본적으로 투자를 줄여서 수익을 창출한다. 경쟁농산물이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 하에 자신의 농산물을 시장에 계속하여 존속시키는 ‘유지 전략’, 매출액이 유지될 것이라는 예측 하에 비용을 줄여서 수익을 창출하는 ‘수확 전략’, 농산물 생산을 포기하는 ‘철수 전략’, 수익성이 있는 판로만 사용하는 ‘선택적 유통전략’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쇠퇴기에서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용도로 변경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재도약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단을 뽑던 누에가 쇠퇴기를 거쳐 다시 재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당뇨와 고혈압에 좋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농산물은 대부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새로운 가치 창출 여부에 따라서 재도약을 할 수도 있고 쇠퇴할 수도 있다.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 것처럼 우리 농산물도 수요자의 요구에 맞게 변화를 거듭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경제적 수명을 확장할 수 있도록 다함께 지혜를 모아 보자.


박길석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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