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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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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26  23: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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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48)

우리에게도 인구의 절반인 여자들이 있었고 그들이 가진 사회적 에너지 확장성과 절반의 역동성을 살리지 못했으니 말이다. ―

선비연했던 아버지가 자기 자식인 딸들을 멸시하면서, 지키려하는 가문의 말로에 대한 개탄으로 밑줄을 쳤고 짧지만 그날의 감상도 곁들여 적었다.

‘우리도 그들 못지않은 넉넉한 자산을 가졌음에도 편견과 오류는 엄청난 손실을 빚었고 외세의 지배 인력까지 끌어들였다. 하지만 뜻있는 사람은 문을 열고 길을 만든다. 이제는 딸들의 능력을 몰라보고 무시했던 아버지가 깜짝 놀라고 후회할 위상으로 거듭날 것이다. 여자들은 위대한 모성까지 갖추고 있지 않은가. 여성성의 반전과 저항이 두려웠기 때문에 핍박하고 폄훼했던 단순한 존재들은 뒤늦게야 영원한 어머니, 모성이 내장하고 있는 능력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차원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자들은 사회적인 교육을 받고 이 점을 활용하면 저 막대기 돌쇠들의 핍박을 극복하는 것은 그리 많은 세월을 담보하지 않아도 된다.’

그날 양지는 자식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비애와 울분으로 두 주먹을 부르쥐며 빙의에 찬 각오를 다졌다.

‘아버지, 두고 보세요. 이 딸 최양지의 성장과 발전을!’



녹차 한 잔을 더 주문해놓고 한참 동안 그냥 앉아 있던 양지는 간신히,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뜬다는 누군가의 말을 위안 삼고 일어섰다. 저녁 일을 하러 목장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에이구 저걸 어째!”

주방 쪽에 있던 나이 많은 마담이 벽에 걸린 텔레비전 화면을 올려다보며 혀를 차는 소리가 조용한 다방 안 분위기를 호들갑스럽게 들쑤셔 놓았다.

무심코 그쪽으로 시선을 옮기던 양지의 온 몸에 왈칵 경직이 일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는 침통한 분위기의 어떤 가정집 거실 위에 낯익은 한 젊은 여자의 얼굴이 화면에 떠올라 있었다.

김 순화. 나이 서른여섯 살. 양지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화면을 주시했다. 있을 수 없는, 아니 꿈에도 생각지 못한 불상사가 뉴스를 타고 있었다. 납치범들의 내분으로 사고 여객기는 공중폭파 되었고 승객과 승무원들 모두 사망한 것으로 보이며 다국적인 여행객들로 붐비는 곳이어서 앞으로 사망자들의 신원규명 등의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의 여행객은 주부 유학생 김 순화 씨 한 사람 뿐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어리벙벙해 있는 양지의 시야 속으로 김 순화의 아이들과 남편의 단란하고 행복했던 한 때가 참고 영상으로 흘렀다.

“여자들이 집에서 아이나 잘 키우지 유학은 무슨 놈의 유학을 가서 저 지랄인고. 집구석 쏘(소) 파놓고 고마 객사 죽음 아이가.”

입을 벌리고 화면을 지켜보고 있던 저쪽 자리의 장년 남자가 자기 식으로 불편한 심기를 털어내고 있자 찻잔을 날라 간 마담이 참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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