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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 <175>남해 대방산바다에서 치고 오르는 468m 쉽게 보면 오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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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27  02: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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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봉으로 오르는 길, 달려드는 모기와 습한 날씨, 온몸이 땀에 젖어도 한줄기 푸른 빛이 쏟아지는 산정으로 가는 길은 인생역정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해 창선도 대방산의 높이가 468m라고 해서 허투루 볼 게 아니다. 섬 산이 높으면 얼마나 높고 길겠냐는 생각은 오산이다. 해발이 거의 0m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고스란히 산 높이로 계산된다.


남해지맥은 대방산, 국사봉, 속금산, 대사산, 연태산, 나강산을 거쳐 단항삼거리까지 섬 전역을 관통한다. 길이가 20㎞가 넘고 종주시간도 8시간 이상 소요된다. 중간에서 짤라 산행하는 코스는 4∼5시간이 걸리고, 운대암에서 시작해 대방산 국사봉을 거쳐 돌아나오는 짧은 원점회귀 코스는 3시간 남짓이다. 늘 그렇듯이 마음가짐부터 겸손하고 낮은자세를 가져야 할 산이다.

선인들의 유물이 남아 있다. 대방산 정상에서 북쪽 400m지점에 있는 봉수대는 경남 기념물 248호, 고려 명종(1171∼1197)에 설치돼 조선시대까지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봉수대가 체계화됐던 조선시대 봉수코스 5개 중 하나로 부산 동래에서 서울로 연결되는 제2봉수로였다. 남해 금산에서 받은 연기나 불 신호를 북쪽 사천 각산봉수대로 연결했다.


대방산 다음으로 높은 국사봉에는 나라와 마을주민들의 안녕을 지켜달라고 빌었던 국사당흔적이 남아 있다. 바위를 3∼4단, 2m높이로 쌓은 형상이 시골의 큰 장독대처럼 생겼다. 한쪽에는 사람들의 출입이 가능토록 출입문이 있었고 그 옆에는 별개로 1m높이의 바위를 세워 신성한 지역임을 표시해놓았다. 마을 사람들이 아직 관리를 하고 있는듯 새끼줄을 걸어서 함부로 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이 일대에서 말을 키우면서 마동들이 이곳에 거처했다는 설이 있으나 창선면사무소에 확인 결과 말을 키운 적이 있으나 순수하게 말을 키우기 위한 시설은 아니다고 했다.

 

   
등산로:율도고개→제1바위전망대→321봉→속금산→제2바위전망대→303봉→산두곡재→국사봉·국사당→대방산→봉수대→운대암 앞 옥천수원지→임도→옥천저수지아래 정자나무. 12.9㎞에 휴식포함 6시간 30분 소요.


오전 9시 25분, 창선 율도고개가 등산로 초입이다. 창선·삼천포대교 끝 단항삼거리에서 3㎞정도 더 진행한 뒤 삼거리에서 오른쪽 율도마을로 넘어간다. 고갯마루가 율도고개이다. 이정표가 없고 낡은 리본만이 나무에 달려 있어 산길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공덕비와 기와지붕 정자가 있는 곳이 등산로이다. 비는 이 지역 공원화사업을 하던 중 토지를 희사한 마을 주민 정모씨의 공덕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창선도 고사리밭


시멘트 임도를 따라 산으로 오르면 고사리밭이다. 고사리는 유자, 마늘과 함께 남해 특산물로 해풍을 맞고 자라기 때문에 맛있다고 한다. 특히 창선 고사리는 전국 생산량의 40%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대규모이다.

10분 정도 숲을 헤치면 다시 임도가 나오고 200m를 따르다가 왼쪽 산길로 올라야 한다. 불과 1시간 전에 내린 비로 대지는 젖어 있었다. 나뭇잎에 맺힌 빗물이 무릎 아래를 다 적시더니 급기야 얼굴과 목까지 닿아 마치 칼날이 스치기라도 한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란다. 습기가 찬 숲속 으슥한 곳을 지날 때는 모기 수 십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정신이 혼미해졌다. 손수건과 나뭇가지로 아무리 팔을 휘저어도 윙윙거리며 달려드는 모기는 떨어질 줄 몰랐다. 쉬려고 앉으면 더 많이 달려들어 고문처럼 느껴졌다.

숲속을 빠져나오면 비스듬하게 형성된 암반이 나온다. 편의상 제1바위 전망대로 부른다. 뒷편에 대사산 연태산이, 그 뒤에는 나강산 그 너머 창선대교이다.

전망도 봉우리도 선명치 않고 조형성도 없는 밋밋한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속금산(358m)을 지난다. 작은 나무간판을 달아 놓았기에 알 수 있는 산 이름이다. 평범한 산세와는 달리 비단을 매달았다는 뜻의 속금산(束錦山)은 꿈보다 해몽이다.

   
제 2전망대에서 본 국사봉과 대방산의 모습.


오전 10시 53분, 제 2바위전망대는 앞서 본 전망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 10m높이의 암릉 표면에는 부처손이 달라붙어 자란다. 산 아래 해안가 마을에는 모래사장을 운동장처럼 안고 있었고 더 앞으로는 햇빛에 은빛이 반짝이는 바다를 품고 있었다. 맞은편 가야할 국사봉과 대방산이 눈높이에 보인다. 길은 내림길이다.

시멘트 임도를 만나기 직전 큰 무덤 몇 기가 나오고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오른쪽 숲속에 전주 이씨 재실이 보인다. 산두곡재라는 곳이다.


재실 주변에서 산행 안내리본을 잘 살피고 임도를 가로질러 500m길이 숲속을 지나 지방도 터널 위를 통과한 뒤에야 대방산 3.3㎞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낮 12시 18분, 또 임도가 나온다. 취재팀이 하산길로 잡은 운대암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 길을 뒤로하고 목적지인 대방산으로 향했다. 습한 날씨는 좀처럼 거둬지지 않았다. 습기와 땀이 온몸을 적셨다. 땀냄새는 열정의 모기를 더 많이 불러들였고 이를 쫓기 위해 흔드는 나뭇가지는 허공을 갈랐다. 숨이 목까지 차오르는 오름길, 달려드는 모기와 습한 날씨, 온몸이 땀에 젖어도 한줄기 푸른 빛이 쏟아지는 산정으로 가는 길은 인생역정같다는 생각이 든다.


 

   
덤불에 덮인 국사당.


오후 1시 35분, 국사봉 국사당 흔적은 덤불에 숨어 있었다. 입구로 보이는 바위문에는 신성한 곳임을 알리는 새끼줄을 걸고 그 사이에 한지를 끼워놓았다.

이 새끼줄은 금줄이라고도 하는데 예부터 부정한 것을 금기한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용도에 따라 대문 신목 마을어귀에 줄을 치고 붉은 고추 솔잎 한지 등을 단다.

등산로는 고도를 한껏 낮췄다가 다시 고도를 높여 대방산 목적지로 향한다. 습한 날씨에 30도까지 오르면 열·일사병에 주의해야 한다. 열사병은 바람이 없는 고온다습한 곳을 걸을 때 자주 발생한다. 반면 일사병은 강한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되면서도 땀으로 체온을 방출하지 못해 일어난다. 열사병은 염분 결핍으로 인한 탈수증상이 일어나 두통이 발생한다. 특히 체온이 떨어진다. 일사병은 반대로 체온이 40도까지 오르고 맥박이 빨라진다. 그늘진 곳에 쉬게하거나 시원한 물로 체온을 낮춰야 한다.

오후 2시 40분, 대방산에 닿는다. 너른 평지에 바위 몇 개가 정상석을 받치고 있고 그 옆에는 나무 한그루 평상, 산불조심 감시초소가 설치돼 있다. 곧바로 진행하면 지족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바다 건너 남해다. 전망 좌우에 남해섬과 사량도가 아련하다.

 

   
대방산 봉화대.



취재팀은 정상에서 400m 벗어난 지점에 있는 봉화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봉화대 관련 기록은 고려 중기 12∼13세기부터 나온다. 실제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왜구의 침입이 극심했던 조선초부터 체계화됐다.
 

   
옥천저수지 아래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원시림.

봉화대에서 하산 길은 운대암·옥천저수지까지 속절없이 떨어진다. 워낙 드센 경사여서 거의 30분 만에 운대암까지 내려간다. 숲속으로 저수지와 암자가 보이면 산행의 막바지이다. 저수지 아래는 칡넝쿨이 온산을 뒤덮고 있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프리카 밀림이라거나 갈라파고스 수림이라 해도 손색없는 황홀경이다. 산을 벗어나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좌측으로 몇 개의 저수지가 잇따라 나온다. 섬지역은 물이 적어 거의 모든 빗물을 가둬야 하기 때문에 저수지가 많다. 수로에 흐르는 물은 비렸다. 수로 옆 정자나무 이파리를 흔드는 바람이 그 비릿함을 실어 갔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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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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