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새로움이 다양성을 만날 때
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경일포럼] 새로움이 다양성을 만날 때
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7.27 10: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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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은 새로운 것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거꾸로 말하면 우리는 오래 된 것에 쉽게 싫증을 느끼고 낡았다고 쉽게 버리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오래된 건물을 헐고 새 건물 짓기를 잘하고 구형차보다 신형차를 좋아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는 새로운 폰에 대한 호응도가 매우 높아서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평균 2년 7개월로 전 세계에서도 빠른 나라에 속한다. 이에 전 세계의 주요 신상품을 우리나라에서 먼저 출시하여 그 반응을 보고 다른 나라에도 판매하는 전략이 나올 정도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가 ‘속도’ 또는 ‘빨리빨리’를 중시하는 것과 연관 되어 있다. 빨리빨리 하는 것과 남들보다 먼저 하려는 것이 가지는 장점도 많을 것이다. 한국의 경제는 최근 5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였으며 한국의 인터넷 속도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하지만, 빠르게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부실 공사하여 다리가 무너지고 큰 건물이 무너져 많은 인명이 희생당하는 사고가 자주 있다. 과속으로 인한 자동차 사고율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큰 행사에 열광하다가 곧 관심을 잃어버리는 속칭 ‘냄비 근성’도 이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특히 교육의 경우 빠르게 새로운 것을 추구할수록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교육부는 거의 해마다 새로운 교육제도와 정책을 내놓았으며, 각 지역 교육청은 새로운 프로그램과 교수법을 도입하여 왔다. 그러나 자주 바뀌는 교육정책 때문에 일선 교사들은 지나치게 많은 업무에 시달리고 수시로 바뀌는 입시정책 때문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재빠르게 교원성과연봉제를 도입한 탓에 많은 교원들이 상처받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선 교사와 교수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교수법을 배우라고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교사나 교수가 새로운 교수법을 배워서 수업시간에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새로운 교수법 덕분에 수업에 집중할 없었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이다. 실제로 교사들이 거꾸로 수업이나 하브루타 교수법을 적용하여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와 만족도를 높였다는 성공사례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교수법보다 새로운 교수법이 더 효과적일지라도 교사나 교수들이 모든 수업을 항상 새로운 교수법을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지금 새로운 교수법이 몇 년이 지나면 낡은 것이 될 것이므로 교사나 교수들은 또 다시 새로운 교수법을 찾아나서야 하는 부작용도 발생할 것이다. 심지어 일부 교사나 교수들은 새로운 교수법이 유행하는 동안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믿으면서 마지못해 연수만 참여하고 실제로는 배위서 적용하려고 하지 않는 적당주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다양성도 함께 존중하는 것이다.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유행에 뒤처진 것은 낡고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중한 것이다. 전통과 문화도 지켜야 할 가치를 가진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락이나 메탈 음악이 최근 유행하는 장르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발라드 노래를 좋아하며 즐겨 부르는 것처럼 거꾸로 수업이 최근 유행하는 교수법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강의법을 애용하는 교사나 교수도 있다. 따라서 거꾸로 수업이나 하브루타 교수법이 강의법보다 더 좋은 것이라고 믿기보다는 여러 가지 교수법 목록 중 하나라고 믿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다. 새로움이 다양성을 만날 때도 선택의 폭도 넓어져서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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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민 2018-09-16 21:04:53
교육의 새로운 측면과 발전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알게 되었네요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겠죠~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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