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울음 거푸집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울음 거푸집
  • 경남일보
  • 승인 2017.07.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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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울음 거푸집


등이 빠개질 듯 아프다고 했다

몸을 열어서라도

통증을 꺼내 달라던 이가 있었다

그해, 매미는 유난히 크게 울었다



-김석윤(시인)



역대 가장 더웠다는 작년 8월의 기억이 매미 소리로부터 서서히 건너오고 있다. 매미가 운다. 한낮에만 울기 시작하다가 이젠 새벽부터 운다. 아니 한밤중에도 운다. 최선을 다해 운다. 집중해서 운다. 바깥이 저리 소란스러운 까닭을 누가 모를까. 제 삶의 본문을 다하려는 간절한 몸부림인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귀 기울여 봐도 노래하는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실제 나무에 매달린 빈집을 우두커니 바라볼 때면 왔다가 사라지는 한 생에 대하여 천착하게 된다. 거푸집이라는 틀에 주물을 붓듯 울음을 부은 저 매미의 허물. 그러니까 저 허물은 울음의 틀이었다는 것. 현재의 삶을 저리도 간절하게 집중하는 울음 앞에서 어쩌면 삶 자체가 통증이라는 시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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