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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32)<192>박경리 동상, 그리고 북유럽 이야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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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3  20: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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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산악열차가 시작되는 지점인 플롬에서 우리 일행은 제2의 도시 베르겐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음악가 그리그의 고향이고 작곡생횔을 한 곳이다. 필자가 ‘페르귄트’를 중심으로 한 노르웨이의 3개 거점이 있다고 했는데 이곳은 3대거점이다. 1거점은 신화의 고장인 <빈스트라>이고 2거점은 희곡으로 만든 입센의 활동지 <오슬로>이고 여기다 음악을 붙인 곳, 그리그의 거점이라 말할 수 있는 이곳 베르겐이 제3거점이다. 1거점은 이미 지나왔고 2거점 오슬로는 앞으로의 여정에 들어 있고 3거점 그리그의 고장은 이제 우리가 당도한 것이다.

이 거점들이 순서대로 1-2-3거점으로 이동했다면 이야기하기가 좋겠는데 여정이 이 스케줄에 맞춘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헝클어져 있다. 전설이 생기고, 이어 희곡작품이 만들어지고, 마지막으로 그 대사에 맞추어 부수곡이 작곡되는 과정을 갖게 되는 것이 창작의 순환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베르겐에는 그리그 기념관이 있는데 도심에서 떨어져 있다. 바다에 접한 트롤하우젠, 요정이 사는 언덕이다. 절벽 아래 그리그의 동상이 서 있고 생가가 기념관(박물관)으로 전용되어 있다. 분위기가 잡혀 있는 아담한 2층형 건물이다. 호숫가로 내려선 자리에 오두막 작곡실이 있고 그 사이 청동 조형물이 있다. 작곡가의 옆모습의 형상인데 추상적이다.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기념공원에는 시벨리우스의 얼굴 형상의 조각상이 있었는데 이와 유사하다. 북구에서는 사람의 본질을 그려낼 때 얼굴의 형상을 추상화하는 것이 통례인 듯하다.기념관 왼쪽에 콘서트홀이 있는데 여름이면 타지역을 바쁘게 다니다가도 귀향하여 콘서트홀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을 불러 연주를 하며 한 철을 보냈다. 북유럽 사람들은 여름철에 관한 낭만이 특별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바빠도 여름과 고향을 떼놓고 살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입센이 젊은 시절 베르겐의 국민극장에서 무대감독과 연출을 고정적으로 맡은 때가 있었는데, 그런 연고로 그리그에게 페르귄트 조곡을 부탁한 것인 듯하다. 베르겐은 인구 30만 항구도시로 우리나라로 치면 통영보다는 크고 목포 정도의 항구도시로 보면 될 것이다. 목포도 예향이고 베르겐도 예향이다. 음악도시로 치면 통영에 더 근접하는 곳이다. 통영에 윤이상이라는 세계적인 음악가 때문에 통영이 음악창조도시로 유네스코에 이름을 올린 것일 텐데 베르겐에는 음악가 그리그가 있다.

베르겐시의 옛부두 이름은 <브뤼겐>이다. 14세기에서 16세기 중기에 이곳은 한자동맹(독일등지의 지역별 무역공동체)이 이룩한 해상 무역제국을 이루는 한 거점이었다. 여기에 뾰족지붕의 목조건축이 닥지닥지 붙어 있는 구역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들어가면 낡은 계단이 노출되어 있기도 하고 그냥 죽치고 앉아 햇빛과 놀고 있는 아저씨가 있고 오래된 가재도구가 2층집 베란다 밖으로 염치없이 나와 있는 것도 보인다. 전통의 뒷골목이다. 건물도 낡아 비뚤어지고 기우는 곳이 나무 지지대로 겨우 버티고 있기도 하다. 개가 한 마리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뒷골목 카페로 오르는 2층 초입에 멋진 남녀의 잘생긴 모습들이 배너 안에서 입을 맞추고 있다. 이 구역은 세계문화유산 지역이다. 바닷물이 닿는 곳으로 돌아서면 천막 친 바닷가 가게들이 여행자들을 손짓한다. 주인들이 하나같이 잘생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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