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예인, 그대들이여
박행달 (시인·문화관광해설사)
진정한 예인, 그대들이여
박행달 (시인·문화관광해설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7.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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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행달
언제부터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새로운 사회상으로 부상 되었다. 그 문화계의 사회적 오명을 나 스스로가 탈피하러 그 곳으로 떠나 보았다. 세상이 떠나가도록 소리 지르고 싶은 날이 있을 것이다. 분위기에 흠뻑 젖어 하늘로 쏟아 오르고 싶은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대들이여! 아무런 가식 없이 풍덩 내 영혼을 잔잔한 삶의 호수에 뛰어 들어 보지 않으시렵니까? 오늘 온몸으로 표출 할 수 있는 그런 마당으로 함께 가보지 않으시렵니까?

‘제O회 국제행위 예술제’ 부푼 가슴으로 그 현수막 앞에 서게 된 필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분위기에 아연했다. 식순에 준하여 축사, 격려사, 기관장소개, 지역 유명인사의 형식적인 인사말씀 모두 배제한 축제였다. 여름 밤, 해변 열린 광장에 관중석 50여명의 일반인들이 전부였다. 그리고 진행자조차 왕 발통을 타고 광장을 돌며 온 몸과 마음을 이곳 현재에 싣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축제 및 행사에서 모든 것들이 탈피 된 상태였다.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이 오로지 억압된 자아만을 끌어내는 소소한 행위 예술제이다.

누군가가 버린 문명의 잔해를 수집하여 그네들이 버리고 싶은 순간들을 수선 하고 있다. 그들이 버린 삶을 짜집기 하여 아름다운 음률로 표현하고 싶은 손가락이 바쁘다. 비워있는 그 삶을 다시 채우기 위한 몸부림으로 요동을 친다. 다시 스위치를 올리고 내리면서 처절히 울고 있다. 지구 저편에서 온 조금한 몸짓인 그대! 얼마나 이곳에 급하게 달려 왔으면 맨발일까? 빨 주 노 초 파 남 보 각자의 색깔을 두드리며 음률을 내고 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 여기 모인 관중들의 감추어 두었던 눈물 이었을까? 한 순간 울컷 쏟아지고 이내 멈추고 그 한줄기 하늘에서 쏟아 낸 액체가 상큼하게 우리 군중과 하나로 범벅되었다. 그 우중에 새를 그리겠다고 화가가 펼쳐 든 비닐도화지속에 너와 나 우리가 달겨 들었다. 그 비닐도화지를 맞잡고 얽히고설키어 하나로 뭉친 큰 파도가 되어 격랑으로 일렁인다. 날다람쥐, 박동새 딱따구리로...갖은 울음과 몸짓으로 밤하늘로 솟구쳐 자아를 발산하고 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물과 불, 공기만이 있는 이 곳 인류의 기원 마당으로 연출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정예화 되어 있는 일상을 탈피하고 오늘 저 몸놀림이 억압의 옹이이리라. 그 생채기를 이렇게 아름다운 옹이로 만드는 그대들이 진정 가식 없는 예인이 아닐까 한다.


박행달 (시인·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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