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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50>장흥 문학의 길
김귀현  |  k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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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31  23: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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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월정 앞에서 한승원 선생과 대화 중인 모습.



◇시골버스로 답사하는 문학의 길

‘기사 양반! 저짝으로 조깐 돌아서 갑시다/ 어칳게 그란다요 버스가 머 택신지 아요?/ 아따 늙은이가 물팍이 애링께 그라제/ 쓰잘데기 읎는 소리 하지 마시오/ 저번 챀에 기사는 돌아가듬마는…/ 그 기사가 미쳤능갑소/ 노인네가 갈수록 눈이 어둡당께/ 전번 챀에도/ 내가 모셔다드렸는디’

장흥 출신 이대흠 시인의 시 ‘아름다운 위반’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문학관광특구’로 지정된 장흥, 문학의 길을 답사하는 것은 시골버스가 제격이다. 장흥의 사투리에 섞이기도 하고, 이청준의 소설 ‘눈길’의 배경무대인 대덕 삼거리에서 내려 작품 속의 길을 걸어보기도 하고, 그러다 다음 버스를 타고 바다가 빚어놓은 아름다운 풍경도 맘껏 눈에 담는 이 낭만. 여유롭고 질펀한 남도의 토속이 삭아 있는 문학의 향연 속에 빠지고 싶었다. 이번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평생교육원 ‘체험론적 시창작과 힐링’ 강좌 수강생과 함께 떠난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장흥 문학의 길’은 보다 여유로운 여행을 위해 시골버스 대신 대절버스를 이용했다.

녹차로 유명한 보성과 다산초당이 있는 강진 사이에서 긴 세월 관광의 그늘로 주저앉아 있었던 장흥이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등 걸출한 작가들과 장흥 출신의 수많은 문인들의 발자취 및 글 자취를 따라가는 ‘문학의 길’ 탄생으로 인해 전국에서 문학의 메카로 우뚝 섰다. 관광의 음지에서 돋을양지로 바뀌게 된 셈이다. 이미 존재하는 볼거리가 아닌 새로 탄생된 볼거리이기 때문에 눈과 귀로 느끼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행복, 그러면서 문학 작품 속에 구현된 세상 속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살아보는 상상 또한 즐거움과 힐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여다지바다의 문학산책로 풍경.


◇작가 한승원의 집필실 해산토굴

장흥에 도착한 글벗들은 먼저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저자이자, ‘채식주의자’를 쓴 한강의 아버지인 작가 한승원의 집필실이 있는 해산토굴을 찾았다. 마침 선생님께서 견월정(見月亭) 마루에 앉아 계셨다. 건강이 안 좋으시다고 해서 일부러 기별을 드리지 않고 왔는데 선생님을 직접 뵐 수 있게 되다니 정말 큰 행운을 얻은 셈이다. 견월정 바로 곁에는 문학 지망생들이나 학생들이 찾아오면 강의를 해 주시는 문학학교인 ‘달 긷는 집’이 있었다. 모두들 궁금해 하며 그 의미를 여쭙자, ‘달’이 지닌 의미를 말씀해 주셨다. 모성과 서정성을 지닌 하늘에 떠 있는 달도 ‘달’이지만, 밝음과 이치를 궁구하는 ‘진리’가 곧 달이며, 달 긷는 집이란 ‘진리를 궁구(窮究) 하는 집’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선생님께서 찾고자 하신 진리란 무엇일까 하는 화두를 품고 달 긷는 집 바로 뒤에 있는 ‘해산토굴(海山土窟)’로 갔다. 선생님의 호인 해산과 거처하는 집을 낮추어 표현한 토굴, 그 이름에서 선생님의 겸손하면서도 온유한 성품, 집필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가 잘 배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소담하게 잘 다듬어진 뜰 가운데 있는 견월정에 앉아 여다지바다 위에 뜬 달을 완상(玩賞)하는 것도 무척 문학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나오는데 집 입구의 빗돌에 새겨놓은 선경(仙境)이라는 글씨가 눈에 띄었다. 아, 우리는 지금 문학의 신선이 사시는 곳에 잠깐 머물다 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해산토굴에서 600여 m 떨어진 여다지바닷가의 문학산책로에는 한승원 작가의 시 60여 편을 새겨놓은 시비가 있었다. 바다와 솔숲, 그리고 서정성 짙은 시가 어우러진 분위기는 무척 낭만적이었다.

점심으로 장흥의 특산물인 바지락회를 먹고 난 뒤, 영화 ‘축제’ 촬영지인 남포항과 정남진 전망대를 둘러보고, ‘서편제’, ‘당신들의 천국’의 작가 이청준 생가로 가는 도중에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이 된 관음봉을 먼발치에서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학이 날개를 펼친 듯한 산자락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서편제의 완결판인 ‘선학동 나그네’, 소리가 지닌 한과 아름다움을 형상화했을 뿐만 아니라, 이청준의 작가정신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 이청준 생가에 얽힌 내력을 듣고 있는 탐방객들.


◇서편제의 작가 이청준의 생가

긴 세월 어머니에 대한 아픔과 원망을 동시에 간직해 온 작가가 어머니와 화해하기 위한 공간으로 마련한 ‘눈길’, 이 작품의 배경무대가 된 이청준 선생의 생가는 5칸짜리 안채와 마당, 마당가 장독간이 전부였다. 3칸 집을 개조한 듯한 안채는 어린 시절 가난의 바닥을 본 선생의 삶과는 어딘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 덩치다. 원래 모습 그대로였다면 선생님의 유년시절과 더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길’ 속에 등장하는 정류장인 대덕 삼거리를 지나 천관문학관과 천관산문학공원을 향했다. 문학관 입구에는 노란색의 소망우체통과 빨간색의 느린우체통이 나란히 서 있다. 탐방객들이 쓴 시나 편지를 우체통에 넣어놓으면 연말연시나 1년 뒤에 받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치해 놓았다. 빨리빨리 시대에 느림이 건네주는 행복을 받아볼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문학관 곁에 있는 천관산문학공원에는 50여 개의 문학비와 수많은 탑이 서정적이면서 아름다운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우리나라의 변방인 장흥이 문학의 메카로 우뚝 발돋움한 모습을 보면서 부러운 느낌이 들었다. 한승원 선생의 겸손과 온유를 배우고, 이청준 선생이 건네는 문학정신과 소리의 뿌리를 만나고, 느림이 주는 장흥의 미덕을 익힌다면 여유와 낭만을 멀리해온 사람들에게도 작으나마 행복과 힐링을 줄 수 있는 소중한 문학기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박종현(시인·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 작가 한승원 선생의 집필실인 해산토굴.
   
▲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 무대인 관음봉.

 

   
▲ 정남진 전망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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