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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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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1  23: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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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52)

* 여성성의 박토화와 송곳 심는 방법 밖에 안 가르치는 경제사회의 추세….
* 조화 과정의 슬기로움과 완전한 형태의 보존미학.
* 외국 신문에 실린 짧은 만화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연구실에서 돌아온 한 여성학자가 늦은 저녁을 먹다가 쓰러졌다. 얼마 후. 보고문서 때문에 찾아 온 조수는 문안에서 우글거리는 피묻은 애완용 개들 사이에서 길고 짧은 뼈 마디 몇 개만을 발견했다.
* 사람들은 암암리에 원시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고…

돌이켜보면 어제 내내 정아의 조짐은 달랐다.

양지와 같이 순화의 장례식장으로 가기 전에도 그랬다.

“양지야, 선대의 여자들이라고 다 무식하고 순종적이기만 했겠니. 모든 여자들이 다 섭렵했던 투쟁과 정제 과정을 다만 기록이 미비했던 것으로 우리는 선대의 생활문화를 경시했던 거야. 여러 가지 문헌을 섭렵하고 세계의 문화를 두루 알게 되면서 우리는 빈껍데기 화두를 안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그것에 매달렸던 만큼 아까운 청춘만 다 버린 거란 생각이 자꾸 드는 것 있지. 남과 여의 평등, 헤게모니, 우선권 쟁탈에만 혈안이 되어 양보라는 미덕을 한 수 꺾인다고만 생각했으니, 어떻게 화합해서 만든 아름다운 조화인데 이를 인정할 만한 사려가 자리 잡을 수 있겠어. 신이 모든 남자를 다 돌볼 수 없으니까 여자를 만들었다는 말, 참 그럴 듯 하지 않니? 이제 어떻게 해? 이 문명만 포식을 하면서 중구난방으로 기성세대에 대한 불평불만만 늘어놓았을 뿐 해 놓은 게 없어. 종족 번식에 기여하는 기본 역할도 어렵게 됐으니 말이야….”

정아의 넋두리는 밤에도 계속 되었다. 먹은 것이라고는 겨우 술이며 안주 같지도 않은 안주, 지쳐서 쓰러져 있던 정아는 가위 눌린 것처럼 부르르 일어나더니 다시 죽은 순화의 이름을 부르면서 오열을 터뜨렸다.

“이제 나더러 어쩌란 말이야. 먹고 살기 위해서 개미새끼처럼 바글거리는 활자에 갇혀 살아야 되는 그 지긋지긋한 하루를 내가 어떻게 견뎌 냈는데. 나쁜 년, 난 그럼 이제 어쩌란 말이냐구. 우리는 벌 받을 거야. 미숙한 후진국의 션찮은 먹물가시내들이 건방지고 허세스럽게 선진국 뒤통수만 흉내 내며 따라가다가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말거라고.”

이 상황이 정말이라면 정아는 마지막 절규로 한만을 쏟아놓은 채 자폭해 버렸다. 작심한 듯 어젯밤 늦게까지 꽁꽁 묶어놓았던 자신을 풀어서 양지에게 보여주었다. 하룻밤만 딱 같이 자고 가라며 잡던 손길이 다시금 으스스하게 전율을 끼얹는다.

어제, 순화의 남편을 상문하고 끝까지 양지는 정아와 같이 남았다.

“우리 여기서 헤어져야겠네.”

아쉽고 우울한 듯 말없이 걷던 정아가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양지의 손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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