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꽃을 피운 동료가 일주일에 물을 두 번 준다기에 따라 했다. 어느 날 난초는 담장에 턱을 괴고 사랑하는 이를 쳐다보는 여인네처럼 가녀린 꽃대에 꽃을 피우고 컴퓨터 너머에서 나를 넌지시 지켜보고 있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날이면 은은한 향까지 품어내면서. 책상에 앉아 일하면서 난꽃과 눈맞춤은 한동안 나를 설레게 했다. 주는 물이 물받침대에 넘쳐 책상을 어지럽혀 양을 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꽃이 활력을 잃고 꽃대도 마르기 시작했다. 동료의 꽃은 생생한데…. 한순간의 그릇된 판단과 게으름이 난꽃을 시들게 했다. 난꽃은 내년에 다시 볼 수 있다지만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사람은 한결 같아야 하는데…. 박도준 지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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