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33)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33)
  • 경남일보
  • 승인 2017.08.0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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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박경리 동상, 그리고 북유럽 이야기(11)
 
 
노르웨이의 미항 베르긴을 거쳐 야일로로 이동하여 자고 호텔 조식후 전용버스로 일행은 수도 오슬로를 향해 달렸다. 오슬로는 입센과 밍크의 고장이고 노벨평화상을 시상하는 시청사가 있는 곳이다. 우리는 시내에 진입하자마자 시청사로 직행했다.

60여만의 도시이니 인구로 보면 창원보다 조금 작은 도시지만 작가나 노벨평화상 시상국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있는 도시임에 틀림이 없다. 시청사는 노르웨이 예술가의 그림과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행정관서에 들어온 느낌이 들기보다는 다른 형식의 예술관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주었다. 북구의 시청사는 다 그런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스웨덴의 스톡홀름 시청사가 유독 눈에 띄는 곳이다.

오슬로 시청사는 시 창립 900주년을 기념하여 1931년에 착공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중단되었다가 1950년에 완공되었다. 2개의 탑을 가진 이 건물의 안팎의 벽은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예술가들의 그림과 조각품으로 장식이 되어 있다. 이 작품들의 특징이라면 독일군 점령하의 고뇌를 드러낸 것이 많다는 점이다. 국민 감정을 잘 드러내 보인다 하겠다. 국가의식이 작품에 배이는 것을 경계하는 순수주의도 있지만 시청사는 곧 국가를 상징하는 것으로 자부하는 것이기에 이에 대한 이의를 거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2층에는 뭉크의 ‘인생’이라는 작품이 걸려 있어 인기다. 뭉크의 대표작은 ‘절규’인데 그 작품을 여기 청사 안에 걸어놓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1층 복도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사진이 배너 형식으로 진열되어 있는데 눈 닦고 보아도 김대중 수상자 사진이 보이지 않았다. 해설자 말에 의하면 배너를 일정한 간격으로 돌려가며 전시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기간에는 그 이전의 수상자들이 전시된 것 같았다.

우리는 시청사에서 나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오슬로국립극장 앞으로 와 설명을 들었다. 오슬로 국립극장은 19세기말 노르웨이가 스웨덴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노르웨이 극작가들의 뜻으로 1899년 문을 열었다. 입센의 나이 71세 되던 해였고 입센이 ‘페르귄트’를 창작한지 23년 후였다. 노르웨이 국가인 “우리는 이 조국을 사랑하리”를 쓴 극작가 베에른손의 나이가 67세 되던 해였다. 입센은 베에른손에 비해 노르웨이에서는 생존시에 약간 밀리는 처지인 것처럼 보인다. 2003년에 입센을 제치고 베에른손이 노벨문학상을 먼저 받았기 때문이다.

입센은 노르웨이보다 이탈리아나 다른 유럽 등지에서 30여년 활동하다가 만년에 귀국하여 원로로서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닌가 한다. 국립극장 앞 왼쪽에 입센의 동상이 서고 오른 쪽에는 베에른손의 동상이 서 있다. 이 국립극장은 건립 이후 세계 최고의 극장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극장 프로그램의 운영을 위해 국내와 세계 최고의 연출가와 제작자를 초빙하고 명 배우들을 등용시켰다. 이 극장에서는 격년제로 입센연극축제와 현대극축제를 개최하여 세계 연극인들이 순례객으로 참여한다.

이 극장은 3개의 영구 공연무대를 두고 오슬로의 동쪽 끝 토르쇼브에 4번째 보조공연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이 나라의 예술은 이 무대로부터 시작되고 무대에서 끝난다는 사실이다. 연극이 곧 예술 활동의 중심이고 연극을 향유하지 않는 사람은 예술적 교양을 갖추지 못한 것이 된다는 점에 유의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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