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준연방제 수준 자치권 주어져야 한다
이수기(논설고문)
[경일시론] 준연방제 수준 자치권 주어져야 한다
이수기(논설고문)
  • 경남일보
  • 승인 2017.08.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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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가 ‘늘 2할 자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선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지 22년이 됐지만 여전히 허울뿐인 ‘무늬만 자치’란 비아냥까지 나온다. 국토 면적 11.5%의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몰려있는 나라는 동서고금을 막론, 유일하다. 수도권의 ‘일극집중구조’에서 지방은 영양실조로 활기를 잃어 홀로서기는 언감생심이라 국토 균형발전도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날로 비대해진 수도권은 ‘고도비만’으로 기능장애를 겪고 있다.

경제·정치·교육·문화의 수도권 집중도는 인구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수도권 패권국가’ 현실에서 지방 황폐화를 야기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자치권이 퇴행적, 후진적이라 지방의 공동화, 고령화, 종속화는 필연이다. 서울과 지방은 이분법적으로 존재한다. 서울에 자본, 사람, 정보가 몰리는 한 양극화도 갈수록 심해진다.



‘늘 2할 자치·무늬만 자치’ 비아냥

중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의 확고한 의지다. 문 대통령은 17개 시·도지사를 만나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 실현, 내년 개헌 때 헌법에 지방분권 강화조항 반영’ 등을 공언한 바 있다. 지금이 ‘서울공화국’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의 골든타임이다. 중앙집권 형태는 자치단체의 자율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개발도상국일 때 국력을 한 곳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때는 효율적이다.

재정·행정이 중앙 예속의 족쇄를 벗어나지 못했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선 지방분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국가적 과제다. 전국 229개 기초단체 중 40%는 이미 붕괴되고 있다고 경고한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 위험지역 현황’ 보고서를 보면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지방분권은 밑으로부터 혁명이다. 전체사무 4만6000여 건 중 지방이양은 40%도 안된다. 예산지원까지 제대로 된 중앙권력을 지방으로 이양하려면 4000여 개에 달하는 법규를 고쳐야 된다. 지방재원확충, 자치경찰제 도입, 자치교육제도개선 등 분권이 여간 방대하지 않다. 지방자치의 강화는 세계적 추세입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현행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해 6대4 수준까지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곧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해 ‘재정 분권’을 이룬다는 의미다. 하나 서울시 85%선, 광역시 60%선, 도단위 34%선, 군단위 17%선의 자립도란 세원분포가 고르지 않아 재정조정제도가 없이 단순 지방세비율을 높이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 할 수 있다.

현 헌법의 단 2개의 조문(제117조·제118조)만 갖고는 지방자치 분권에 필요한 각종 제도적 수요를 충족하기엔 한계가 있다. 지방분권이 되려면 우선 지방의 특수성과 실정에 맞는 행정을 할 수 있고, 행정의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도장은 지방의회에, 통장은 단체장에 주고 주민참여가 확대되는 분권이 강화되면 국가 통치자에 의한 일방적 지시가 아닌 창의적인 행정을 할 수 있고 지역에 대한 애향심과 자부심도 높아진다.



허울뿐인 지방 분권

남북분단으로 연방제 수준의 분권은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제주도의 특별자치도 보다 더 나은 국방·외교·통일 등을 제외한 준연방제 수준의 자치권이 주어져야 한다. 열약한 재정자립도가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자치입법·행정·복지권도 좀체 해결되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헌법 개정이 되길 바란다. 허울뿐인 지방 분권은 우리 정치의 아킬레스건이다. 진정한 지방 분권이 실현되면 ‘제왕적 대통령’이나 지나친 도시 집중 등에 따른 폐해가 축소되고 지역주민의 수요를 겨냥한 ‘맞춤형 행정’으로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지게 된다.
 
이수기(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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