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묵상
박행달(시인·경남문화관광해설사)
오래된 묵상
박행달(시인·경남문화관광해설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8.0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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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의 세월을 살아 버린 여인이 가슴 한 구석에 조심스럽게 숭고한 말씀 하나를 품고 살고 있다. 그 아름다운 말씀 하나 오늘 여기에 내려놓아야겠다. 그리고 재정립하여 계속 그 길을 향해 걸어가야겠다.

필자가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올해를 맞아 40년이 되었다. 필자와 동시대를 살고 있고 사람들은 이 이야기가 실감 날 것이다.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한 학급의 학생 수는 최소 60명에서 70명이 넘었다. 교목(校木)이 플라타너스 교화(校花)는 사루비아인 초등시절 모교 이야기를 해야겠다. 학교가 시장 가장자리에 있어 늘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지역의 작은 장터인 이 곳은 2일과 7일이 장날이다. 이 날이면 학생들도 덩달아 무우장수 배추장수가 되어 잔칫날 같은 분위기이다. 매일 쉬는 시간이면 운동장에는 코흘리개 꽃, 머리에 부스럼 난 꽃, 천으로 덕지덕지 끼워 입는 오색찬란한 작은 아이들꽃으로 가득하다. 그 꽃들은 운동장을 빙글빙글 돌며 깔깔거리는 티 없는 웃음이 하늘 끝까지 가 흰 토끼 구름과 놀곤 했다. 뜀박질 하다가 서로가 서로에게 부딪혀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발생되면 흐르는 코피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아닌 너를 걱정 해 주는 따스한 웃음으로 어루만져 주었다. 이런 소박한 학교에 그 아이들과 늘 함께하는 그림자 하나가 있었다. 무슨 백주 대낮에 그림자라니...그림자처럼 아이들 속에 섞여 한 몸 같이 생활 하는 분이었으니깐.

많은 학생 수의 안전예방과 학교의 시설물 및 잡다한 것을 관리하기 위하여 사람이 따로 있었다. 한 두 분의 관리로는 학교에 발생하는 잡무를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현실이었다.그 당시 우리들의 교장선생님의 복장은 그들과 같은 작업복 이었다. 손에는 조그마한 못과 망치로 시설물을 손수 고쳤다. 늘 학생들 속에서 솜과 요오드와 반창고를 항상 지참하고 있었다. 대기조 양호선생님 역할까지도 도맡아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그 교장선생님과 우리들의 6학년의 시간은 익어갔다.

졸업식 날 졸업생 대표의 이별사가 낭독되고 강경희 교장선생님의 송별 말씀이 있었다. 그 말씀! 지금도 가슴에 품고 또한 그렇게 살아 왔노라 다부지게 대답할 수 있다. “ 000 입니다. 라고 또박또박 자신 있게 자기 이름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반세기를 살아가면서 필자에게 이 말씀은 인생관이 되었다. 어디서든지 부끄럽지 않게 자기를 밝힐 수 있는 그런 바른생활을 하시라는 말씀, 그 것이 반세기의 나의 삶! 자양분 이었다.

이 오래된 이야기가 나의 생애 넉넉한 곡간의 양식이 되었다. 어리석은 길로 갈 때마다 언제 어느 곳에서 끄집어내어 떳떳하게 살아 갈수 있는 되새김질 이었다. 필자는 오늘도 그 곡간에 남아 있는 양을 가늠해 본다. 또박또박 그 말씀을 되새김질 하면서 오늘도 오래토록 간직한 말씀을 삼키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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