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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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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7  22: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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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56)

양지는 그런 의문 같지도 않은 의문으로 돌아누워 있는 정아를 슬그머니 바라보다가 내 이야기 좀 들어보라는 정아의 까탈에 못 이겨 다시 잠의 늪에서 자맥질을 했다. 자다 깨다 시그러지는 양지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정아는 작심한 듯 제 인생의 전말을 털어놓았다.

“아버지랑 헤어질 때 엄마는 나와 동생을 택했지. 그때는 우리엄마가 얼마나 위대하고 우러러 보였는지. 되짚어보면 그때만 해도 우리는 순수했고 부모 자식 간의 인간애로 똘똘 뭉쳐있는 물 샐 틈 없는 관계였지. 외가 식구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물론 엄마의 형제들 친척들 모두 엄마의 평탄한 새 출발을 위해서 우리를 아버지께 넘겨주라고 했지. 물론 우리는 옆에서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우리들의 어둡고 두려운 미래에 대한 공포에 긴장하고 있었고. 그래도 좋다고, 내 자식들을 나처럼 끔찍이 아끼고 위할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 아이들을 잡아먹기 위해 야수들만 들끓는 것 같은 세상에 아이들을 내몰 수 없다고 엄마는 우겼지. 찬반은 결정적인 순간까지 팽팽하게 맞섰지만 엄마는 우리를 끌어안았지. 우리를 달가워하지 않는 외가 식구들을 피해 엄마는 우리를 데리고 독립을 했지. 결과는-. 자 한 잔. 그렇게 내 인생은 혹독한 시련의 길로 들어선 거야. 지루하지 않아?”

정아가 담배 한 대를 피워 물며 빨개지는 눈으로 물었다.

“아니, 이제 시작인 것 같은데 뭘. 아직 핵심이 안 나왔잖아.”

“계집애, 글쟁이 나보다 더 통달하고 있네. 흐흐흐. 우리를 잘 키우기 위해 엄마는 당연히 직장을 가졌어. 얼마 쯤 가지고 나왔지만 방 하나를 얻고 나니 빈손인거야. 그 여자는 여건에 맞는 직종을 찾기 위해 날마다 달마다 퇴직과 입사를 거듭했지. 그 시대 여자들답게 풍부한 학식이 있는 것도 아니니 당연히 자격증도 없지.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 낳고 그렇게 평범한 기술이 무슨 월급 받을 수 있는 기술이나 되냐? 좋은 말로 퇴직과 입사라 했지만 사람이 필요한 집이면 된장찌개, 김치찌개, 순댓국, 잔반을 가져와서 먹이던 음식이 나중에는 깎은 지 오래돼서 색 바랜 과일이나 물기에 젖어 축축해진 마른 오징어포로 까지 바뀌는 거야. 그 이면에는 딸린 혹인 우리들의 육아문제가 늘 걸림돌이 됐겠지. 걸림돌 뿐 아니라 사실은 족쇄였겠지. 우리들과 연관되지 않은 게 없는 걸 그때 우리가 뭘 알았나. 나 참 많이 맞았어. 이 손가락 마디 꺾어진 것 봐. 어린 나이로 엄마 일을 도왔던 영광의 상처? 그렇게 파국이 오데. 뭐 홀어머니가 아이들을 키울 때라고 굳이 여자의 경우로 한계를 짓고 싶지는 않지만, 결손가정의 한계 뭐 그런 귀착인 셈이었지. 맞상대할 큰 자식이라는 이유로, 동생을 잘 돌보지 않았다거나, 제 할 일도 제대로 못한다면서 짜증을 내던 엄마는 기어이 손찌검까지 시작했어. 직장에서 참고 당했던 울분까지, 이게 다 누구 때문인지 아느냐고 어린 내가 알 수 없는 해답까지 강요하면서 말이야.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엄마는 술을 입에 댔고 우리들에 대한 패악이 늘어갔어. 너 듣고 있어? 자는 거 아니지?”

“아냐, 계속해. 눈만 감았지 귀는 활짝 열려 있으니 염려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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