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당신은 젊은 꼰대입니까
안지산(경상대 신문사 편집국장)
[대학생칼럼] 당신은 젊은 꼰대입니까
안지산(경상대 신문사 편집국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8.0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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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감히’, ‘내가 너만 했을 때는’, ‘요즘 애들은’.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꼰대어(꼰대의 언어) 상위권을 차지한 단어들이라고 한다. 꼰대는 자신의 가치관이 굳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을 칭할 때 특히 주로 나이든 기성세대를 향해 비꼬는 단어이다. ‘어딜 감히’라는 단어 이후 자신의 허세 가득한 경험담이나 후배를 향한 비하 발언이 섞이면 그야말로 완벽한 꼰대 문장의 완성이다. 꼰대의 개념도 세부적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꼰대 경험담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면서 스스로가 꼰대임을 자각한 이들이 반성하며 ‘탈꼰대화’를 시도하는 선구자적 꼰대가 있다. 말이 통하면 ‘아재’고 불통이면 ‘꼰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아재야말로 ‘탈꼰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들이라 볼 수 있다. 자신의 가치관에 사로잡혀 선배의 조언 따위 철지난 옛 것으로 치부하여 모두를 ‘꼰대화’ 시켜버리는 젊은 꼰대도 있다. 어른들의 이야기 전부가 시시콜콜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꼰대야’라 일갈하며 귀를 닫는 자들이 이에 속한다. 물론, 유교적 사상을 바탕으로 당연시 여겨져 온 ‘꼰대질’의 적폐에 용감하게 맞서는 이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위 사례와 같은 꼰대에게는 처방전으로 역지사지의 마음가짐과 겸손만한 것이 없다. 항상 내면에 싹트고 있는 자신(自信)을 경계해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 나의 이야기가 상대에게 와 닿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공자는 생전에 본인의 제자 자로에게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앎’이라 말했다. 이미 알고 있다고 굳게 믿어버리고 자신의 시각에 갇힌다면 젊은 꼰대가 될 수 있는 훌륭한 자격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젊은 꼰대의 등장은 예사롭지 않다. 걸음마를 떼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스스로 해낸 것은 드물다. 나이는 무기가 아니듯 앎도 힘이 아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 않던가. 머리가 컸다고 진심어린 선현의 조언마저 한귀로 흘렸다간 자신도 모르게 꼰대가 될 수 있다. 여름 방학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자신이 과연 다가 올 가을 고개 숙인 벼일지 아닐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안지산(경상대 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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