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랑박선
강천(수필가·경상남도 문인협회 사무차장)
당랑박선
강천(수필가·경상남도 문인협회 사무차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8.1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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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

버마재비라는 녀석이 내 자리에 앉아서 주인 노릇을 하려고 덤빈다. 두어 번의 탈피과정을 더 거쳐야 성체로 자랄 어린놈이다. 그래도 제 딴에는 곤충계의 제왕이랍시고 책상 끄트머리를 차지한 채 나를 생사 대적이라도 되는 양 노려보는 자태가 사뭇 당당하다.

사무실이 아파트의 화단과 이어져 있으니 의도했건 아니건 곤충들이 자주 출몰한다. 실잠자리가 주인 몰래 슬쩍 알자리를 만드는가 하면, 파리매도 수시로 들락거린다. 나비와 벌은 물론이고 방충망이 없는 탓에 모기는 부지기수다. 사마귀의 처지에서 보자면 훌륭한 사냥터가 될 법도 한 곳이기는 하다. 단 하나 이 녀석이 간과한 것이 있다면 주인 된 자의 못된 성깔머리이리라.

버마재비와 기 싸움을 하고 있노라니 문득 당랑박선(螳螂搏蟬)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장자가 큰 날개가 있으면서도 잘 날지 못하고, 눈이 커도 잘 보지 못하는 이상한 까치를 잡으려고 정신을 집중하여 화살을 겨누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눈을 돌려보니 매미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매미는 뒤에서 사마귀가 자기를 노리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노래하고 있었다. 사마귀 또한 커다란 새가 기회만 엿보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매미에게만 온 신경을 쏟고 있었으며, 새는 또 날카로운 화살이 겨누어진 줄도 모른 채 사마귀를 노려보고 있었다. 장자는 이를 보고 “아아, 물건이란 본시 서로 해를 끼치며 이해를 상대에게 미치도록 하는 것이구나.”하고 탄식했다고 한다.

사람의 일에다 빗대고자 애꿎은 매미와 사마귀를 끌어들였겠지만,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버마재비를 딱히 어리석다고 할 바는 아니지 싶다. 먹고 먹히는 사슬 관계로 이루어진 곳이 자연이고 생태이니 말이다. 어리석은 매미와 같은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대의와 명분을 따져 앞뒤 좌우를 살피고 돌아보아도 걸림이 없어야 이해관계에 관여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사람이 왜 사람이겠는가. 일의 가부와 결과에 따라오는 책임을 알기에 사람이라 일컫는 것 아니겠는가.

세상에는 허울만 그럴듯한 사람도 많다. 눈앞에 주어진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서 정작 슬금슬금 다가오는 자기 파멸을 잊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어느 위대한 장군님과 그 사모님도 잠시 등 뒤의 버마재비를 잊었던 듯하다.

강천(수필가·경상남도 문인협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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