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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왜 영호남 가야사 공동연구가 필요한가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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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13  16: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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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초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가야사 연구 복원은 영호남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으로서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고, 7월 19일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에 67번째 과제 세부항목으로 ‘가야문화권 조사, 연구, 정비사업’이 포함되었다. 가야사의 연구, 복원이 국가의 중요한 과제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우리는 가야가 경상북도 고령, 성주 등 일부 지역을 포함하여 경상남도 서부에 존재했던 고대 정치체였으며, 섬진강 서쪽의 호남지역에는 백제가 자리잡고 있으면서 가야와는 전혀 다른 역사를 꾸려왔던 것으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최근 순천 운평리고분군(2005년 순천대학교 박물관), 남원 월산리고분군(2009~2010년 전북문화재연구원), 장수 삼고리고분군(1995년 군산대학교 박물관) 등 호남의 많은 유적에서 가야토기를 비롯하여 가야계의 유적과 유물들이 발견됨으로써 호남동부지역 고대문화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백제문화권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가야와 관계가 깊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고고학 조사에 힘입어 문헌사학계에서도 일본서기 계체기(日本書紀 繼體紀)에 나오는 임나사현(任那四縣, 임나는 가야의 다른 명칭, 구체적인 지명은 상다리上
唎, 하다리下唎, 파사娑陀, 모루牟婁)과 二地(기문己汶, 대사帶沙)를 호남동부의 섬진강 일대에 비정(批正)하는 견해가 속출하게 되었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 볼 때 호남동부지역의 고대사는 백제사 일변도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검토가 필요함을 알 수 있으며, 적어도 순천지역을 포함하는 호남동남부 일대가 백제 지배하에 들어가는 512년 이전에는 백제가 아니라 이 지역의 고대 정치체인 마한과 가야 관계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사실 섬진강을 경계로 영호남이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나누어지게 된 것은 백제가 이 지역에 들어와서 마한소국들을 병합한 5세기 말~6세기 초이다. 이후 신라와 백제의 대결, 후삼국과 고려의 각축, 태조 왕건의 훈요십조(訓要十條, 태조가 그 후손들이 따랐으면 하는 내용을 적어놓은 글, 이 중 ‘車峴이남, 즉 오늘날 호남지역 사람들을 重用하지 마라’라는 구절이 있다)에 나타나는 호남지역 차별화 등이 겹치면서 양 지역의 이질성이 깊어졌다. 오늘날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의 사려 깊지 못한 언동으로 인해 이러한 이질화는 더욱 깊어지고 고착화되었다.

물론 영호남 화합의 장을 하동 화개장터에서 마련하는 등 영호남의 벽을 허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1회성 이벤트 위주로 끝나고 보다 근본적이고 진지한 노력은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영호남 사이에 가로놓인 벽을 허물 것인가?

동질성을 회복함에 있어서 가장 본질적이고 바람직한 것은 아주 먼 고대부터 우리는 하나였다는 사실을 밝히고 서로 그러한 사실을 공유하는 일이다. 이 점에서 최근 광양 용강리유적에서 확인되는 토기들과 진주 집현유적에서 발견되는 3~5세기대의 토기들을 섞어 놓으면 구별이 힘들 정도로 똑같은 것들이 발견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아득히 먼 고대에 섬진강 좌우에 살았던 사람들이 같은 문화를 공유하면서 허물없이 살았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야말로 근본부터 영호남의 벽을 허물고 화합하는 일일 것이며, 이 점은 영호남 가야사의 공동연구가 반드시 필요함을 웅변해주고 있다.

한편 경상대학교 박물관과 순천대학교 박물관은 ‘남악(지리산)고고학 연구회’를 발족하여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환지리산권 가야’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한 바 있으며, 2015년부터 올해까지는 서부경남을 관통하는 남강유역의 선사 가야 문물을 정리하는 기초연구를 진행하는 등 영호남 공동연구를 수년간 수행해 왔다. 또한, 지난 7월 26일에는 이를 확대 개편한 ‘남악고고학연구센터’를 양 대학에 설립함으로써 영호남 가야사 공동연구의 새 장을 열었다. 동질성의 회복을 통해 영호남 화합을 이룰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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