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상생과 협력 모델 ‘꽃’
안동춘(경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 농학박사)
[농업이야기] 상생과 협력 모델 ‘꽃’
안동춘(경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 농학박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8.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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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춘(경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 농학박사)


꽃이 피는 계절이면 다채로운 꽃과 더불어 꽃에 날아드는 벌을 쉽게 볼 수 있다.

꽃과 벌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교환하며 완벽한 거래를 한다. 어느 한 쪽에 불리하거나 치우친 거래였다면 수 만 년 간 지속 될 수가 없다. 꽃은 곤충들로부터 수정에 도움을 받고 그 대가로 넥타, 꽃가루, 기름과, 꽃의 일부를 식용으로 제공한다. 이렇게 보면 양자 간 거래는 매우 단순하고 명료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나 다양한 꽃이 있고 너무나 다양한 수분매개 동물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종자식물은 20여 만종, 이름이 붙여진 곤충만 90여만 종, 벌새와 박쥐같은 수분매개 조류와 포유류도 수없이 많다. 따라서 이들 간의 상생에는 다양성을 극복하는 나름대로의 방법과 질서가 있어야 한다. 꽃은 정해진 수분매개 동물을 특정 꽃으로 유인하고 다른 동물은 배제하는 몇 가지 필터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꽃의 색깔, 모양, 향기이다. 꽃 색깔은 빛(햇빛 또는 달빛)과 꽃잎 속에 있는 색소가 상호작용하여 정해지는데 꽃은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색깔 가운데 채도가 가장 높아 눈에 잘 띤다. 물론 곤충들은 사람이 인식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색깔을 인식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곤충들은 자외선 빛을 감지할 수 있고 꽃 또한 자외선 빛을 반사한다는 것이 1922년 과학자들에 의해 입증된 바 있다.

꽃은 곤충이나 다른 동물에게 먹이로서의 보상, 색깔, 형태, 크기, 질감, 향기 등으로 신호를 보내고 동물은 그에 반응한다. 꽃의 매력이 강하여 동물의 방문이 빈번할수록 그 꽃과 후손의 생존과 번식률이 높아진다. 보통 꽃이 필 때 만들어지는 꽃향기는 시간에 따라 정도가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햇살이 뜨거운 한낮에 가장 짙은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모든 꽃이 한낮에 향기를 내뿜는 것이 아니고 보통은 수분매개동물이 가장 활동적일 때 향을 낸다. 또 향을 만드는 시간 리듬이 하루가 아니라 꽃의 나이와도 관계가 있는데 어린 꽃의 암술머리가 꽃가루 수용력이 가장 높을 때 향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절정에 이르고 나이가 들어 시들면 향을 만드는 능력도 사라진다. 수분매개 동물마다 제각각 좋아하는 냄새가 있으며 그 선호도에 부응하게끔 진화한 각각의 꽃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어떤 꽃들은 그들의 필요에 의해 시체 썩는 냄새 등 악취를 내뿜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상호관계를 가능케 하는 메커니즘은 꽃의 입장에서 볼 때도 자신의 꽃가루를 엉뚱한 꽃에 낭비하지 않고 가깝지 않은 동종 개체로 옮길 수 있게 되어 생존에 필요한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기후변화로 인해 꽃이 향기를 잃어가고 이 때문에 수분과의 연관을 해침으로서 인류의 식품 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뀔지라도 자연과 사회에 존재하는 상생과 협력의 관계는 지속되길 염원해본다.



안동춘(경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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