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구하자" 일심동체 된 타인들
"목숨 구하자" 일심동체 된 타인들
  • 정희성
  • 승인 2017.08.13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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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서 쓰러진 20대 구출위해 승객 함께 응급실행
버스 안에 쓰러진 20대를 구하기위해 시내버스 운전기사와 승객들이 힘을 합쳐 버스를 병원 응급실로 급히 몰아 생명을 구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창원시내버스 110번 버스운전기사 임채규(43)씨는 지난 9일 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창원시내에서 승객 20여 명을 태우고 노선을 돌고 있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보문주유소를 지나 창원교도소 지점을 향해 버스를 몰던 임 씨는 버스 내에서 20대 승객이 쓰러진 뒤 발작을 일으켜 고개를 뒤로 젖힌채 의식을 잃은 모습을 목격했다.

깜짝 놀란 임 씨는 버스를 창원교도소 정거장 인근에 세운 뒤 쓰러진 승객을 향해 달려갔다.

다른 승객 몇 명도 쓰러진 20대 남성의 상태를 확인했다. 의식을 잃은 듯 보였으나 다행히 호흡에는 이상이 없었다. 임 씨는 즉시 119에 신고한 뒤 나머지 승객들을 진정시키며 응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몇몇 승객이 ‘응급차가 언제 도착할지 모르니 차라리 우리가 이 남성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자’는 의견을 냈다.

순간 임 씨는 판단해야했다. 환자 상태를 모르는 상황에서 직접 버스를 몰다 도착이 늦어져 더 안좋은 결과가 나올수 있었기 때문. 한편으로 생사가 급박할지도 모르는 환자를 눈앞에 둔 채 한가하게 앰뷸런스만 기다릴 수도 없었다.

창원 시내 지리를 꿰뚫고 있던 임 씨가 계산해보니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 5∼10분이면 충분했다.

빠르면 앰뷸런스가 환자를 이송해 병원에 도착하는 것보다 두 배 넘게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임 씨는 승객들에게 ‘불편하더라도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페달을 밟아 인근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는 동안 승객 2∼3명이 바닥에 쓰러진 환자를 붙잡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약 10분 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임 씨는 의료진을 부른 뒤 환자에게 다가갔다. 승객들의 응급처치 때문인지 다행히 환자는 의식이 어느 정도 돌아온 상태였다. 당연히 시간은 119를 기다리는 것보다 반으로 단축된 상태였다.

환자를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한 임 씨는 다시 노선으로 복귀하며 정거장을 놓친 승객들에게 모두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환승해서 가면 되니 신경 쓰지 말라’며 절반에 가까운 승객들이 병원에서 떠났다. 가는 방향이 맞는 일부 승객만 태운 임 씨는 종점인 인계초등학교에 도착한 뒤 퇴근했다. 이날 임 씨가 이송한 20대 환자는 무사히 치료를 받고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씨는 승객들이 내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며 불편함을 감수해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겸손해 했다.

이은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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