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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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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0  22: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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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64)

“하하하. 전 입에 발린 말은 못합니다. 장 회장님이 하신 말씀에 혼란이 왔어요.”

“오빠가 뭐라고 하셨게요? 결격이 많은 노처녀라는 말씀은 틀림없이 하셨을 거고, 또 뭐죠?”

“인물보다 속이 꽉 찬 사람, 훌륭한 파트너로 손색이 없을 거라 뭐 그 정도였는데 대단한 프리미엄이 얹힌 것 같은…….”

“사람 놀리는 취미가 있으신가 봐요. 첫 만남인데.”

“왠지 익숙한 옛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그런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예의 없이 굴어서 숙녀를 기분 나쁘게 했다면 용서해 주세요. 전 사실 사람끼리 만나면 대화부터 편하게 터야지 점잔 빼고 내숭 떠는 부자연스러움을 못 견디는 고질병이 있어요.”

“별스러운 게 다 고질병이 되네요. 차나 마시죠.”

날라 져 온 찻잔을 앞으로 당기며 양지가 먼저 분위기를 돌렸다. 뜻밖의 만남이었다. 양지 역시 가지고 있던 거리감을 버렸다. 친척 집 오빠라도 만난 것처럼 편하게 느껴졌다. 왠지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무지개다리를 놓는다. 그가 한 술 더 떴다.

“차 마시기 전에 한 마디만 더할께요. 스마트한 인상도 인상이지만 이지적인 인상에 때 묻지 않은 눈동자는 정말 압권입니다. 다른 직장 여성들처럼 화장이나 옷으로 꾸미지 않는 자부심도 의외였고요.”

양지가 말똥하게 뜬 눈으로 응시하자 이윤서는 만족한 듯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연인스러운(?) 관계로 몇 년을 지낸 현태로부터도 아직 들어보지 못한 객관적인 자신의 평이라 나쁘지 않은 기분 가운데서도, 면전에서 듣는 칭찬은 너무 가볍게 보는 것 아닌가 살짝 속이 상했다.

“사람을 면전에 두고 그런 말씀을 막 하시는 데 상습범 아니세요?”

말은 그렇게 촉을 날렸지만 왠지 그의 솔직함이 가깝고 푸근하게 상대방을 대하게 한다.

“전 사실 저를 다 내보이고 나서야 다음 단계의 진전이 가능한 편이거든요. 감추고 에두르다보면 시간낭비만 할 뿐 아닌가요.”

“소위 맞선이라는 걸 보러 오셨으니 저도 다 털어놓아야 된다는 건가요?”

“노노노.”

강한 부정의 표시로 손까지 내젓는 이윤서의 동작이 귀엽기도 해서 양지는 꼬꼬장했던 심사를 접고 같이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여자들이 귀한 물건을 남몰래 보는 재미를 얘기하던데 저도 그런 심정 이해할 것 같은데요.”

사람이 참 착하고 순수하다. 이윤서는 직장에서 인재양성 프로에 발탁되어 최고 경영자 과정을 외국에서 마치고 온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라고 오빠는 그의 프로필을 소개 했다. 그야말로 거드름 피며 상대방을 약간 무시해도 될 사회적 인물인 그가 상식이 무색하게 이해할 수 없는 겹층의 인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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