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진해 경화역에 경화역이 없다
전점석(창원YMCA명예총장)
[경일포럼] 진해 경화역에 경화역이 없다
전점석(창원YMCA명예총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8.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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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진해 경화역에 갔을 때 붕어빵 생각이 났다. 빵이 먹고 싶어서가 아니고 붕어가 없기 때문이었다. 옛날 사진을 보면 경화역사는 진해역사와 비슷한 모양이다. 단층 건물인데 지붕과 출입구가 똑같다. 다만 경화역사의 가로폭이 조금 더 크다.

1921년 11월 4일, 이곳에서는 진창철도 기공식이 있었다. 터널공사의 지연과 관동대지진의 영향으로 공사가 지연되다가 착공한 지 5년 만에 1926년 11월 11일 준공식과 철도 개통식을 하였다. 진해선이 비로소 개통된 것이다. 진해선은 마부선(馬釜線)의 지선이었다. 물론 우리 선조들이 일본 군인들의 감시를 받으면서 강제노역에 동원되었었다. 식민지시대의 아픈 역사가 담긴 곳이다.

그런데 61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는 경화역이 간이역으로 바뀌었다. 1987년이었다. 간이역은 을종 승차권만 파는 곳이다. 한국철도공사가 아닌 타 업체 직원이 역에 근무하면서 승차권을 발매하는 곳을 가리켜 을종승차권대매소라고 한다. 을종승차권은 승차권에 출발지만 인쇄되어 있고 도착지는 표를 끊을 때 역무원이 직접 도착역을 기입하여 발매하는 표를 말한다. 물론 좌석지정도 없다. 노후화된 경화역사가 2000년에 철거되고 나서도 한동안 가건물을 을종 승차권대매소로 활용하다가 2006년 통근열차운행이 폐지되면서 경화역도 폐쇄되었다. 그러나 진해역사는 2005년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두 건물이 모두 보존되었더라면 훌륭한 역사교육장이 되었을 것이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생태와 문화,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서 경화역사를 복원하면 좋겠다. 진해가 벚꽃으로 유명해진 건 진해와 창원을 잇는 철도, 진창선 개통 축하행사로 벚꽃 만개기인 1927년 4월 8일부터 열흘간 창원군 진해면이 주관한 2부 19군 연합물산공진회의 행사였다. 그리고 경화역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건 CNN방송에서 펑펑 눈이 쏟아지듯 온통 벚꽃이 내리고 있는 풍경에 기차가 서서히 등장하는 사진을 세계 5위의 가보고 싶은 곳으로 선정하고 나서였다.

며칠 전 일요일 오후시간에 경화역을 찾았다. 도로 쪽에서 계단을 올라서니 양쪽으로 벚나무만 보이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어린이들이 장난치며 놀고 있는 분수가 있고 오른쪽에 있는 팔각정에서는 몇 명의 할머니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철로 옆의 승강장에 있는 벤치에도 동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분들, 운동복을 입고 열심히 걷고 있는 분들, 경화역의 조용한 분위기에 젖어드는 청춘남녀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였다. 승강장에 세워져있는 이정표에는 이곳이 진해와 성주사로 갈 수 있는 경화역임을 유일하게 말해주고 있다.

양쪽에 있는 세한건널목과 경화건널목에서 경화역 쪽의 철로변을 보면 아름드리 벚나무와 철로 그리고 승강장이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관광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놀이시설은 전혀 필요하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이곳에 10여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갖다놓는 것은 경화역을 모욕하는 것이다.

천천히 전체 구간을 두 바퀴 둘러보고 다시 분수가로 왔다.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보면서 아름드리 벚꽃나무를 감상하다가 문득 차량이 한 대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화역 구간에는 아예 차량 진입이 불가능하다. 도로에서는 중앙에 있는 계단을 통해서만 들어올 수 있고 양쪽 건널목에서는 철로를 따라서, 위쪽의 주민들은 불편한 보행진입로를 통해서만 올 수 있다. 그래서 마음껏 쉴 수도 있고 느긋하게 걸을 수도 있다. 차량 눈치를 전혀 볼 필요가 없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완전히 차량에서 해방된 곳이다. 이제 경화역은 관광지인 동시에 주민의 쉼터이다. 두산 위브 쪽의 도로개설은 반대다. 다행히 도로공사가 중단되고 창원시에서는 경화역문화예술테마공원 자문단을 구성했다니 다행이다.
 
전점석(창원YMCA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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