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항공 기술의 발전과 실패의 상관관계
김태화(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산학협력처장)
[객원칼럼] 항공 기술의 발전과 실패의 상관관계
김태화(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산학협력처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8.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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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화

동유럽을 여행해본 경험이 있는 독자나 혹은 인터넷을 통해 동유럽 주요 공항들을 조사해본 분이라면 루마니아 수도에 있는 국제공항 명칭이 Bucharest Henri Coanda International Airport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부쿠레슈티는 루마니아 수도의 지명이고 그렇다면 헨리 코안다라는 명칭은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

학창시절 경험해본 일이겠지만, 흐르는 수돗물에 숟가락을 가까이 대면 수돗물은 숟가락 표면과 형상 주위로 흘러내리면서 숟가락을 수돗물 수직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작용하는 힘을 느꼈을 것이다. 유체역학을 배운 독자라면 직감하겠지만 이처럼 유동이 어떤 물체의 외부 형상을 따라 흐르면서 힘이 작용하는 현상을 코안다 효과라 부른다. 바로 이 현상을 밝혀낸 사람이 현재 루마니아 공항 명칭에 등장하는 헨리 코안다인 것이다.

원래 루마니아 국제공항 명칭은 수도인 부크레슈티의 북쪽 지역 오토페니 지역의 이름을 따서 오토페니 국제공항이라 불렀었다. 하지만 루마니아 정부는 EU 가입을 준비하던 지난 2004년, 자국 출신이며 비행기 개발의 개척자이자 세계 최초로 제트비행기를 발명한 Henri Marie Coanda(1886~1972) 박사의 이름을 기려 국제공항 명칭으로 사용한다고 천명하였다.

기록에 따르면, 코안다 박사는 1910년 파리 항공박람회에 새로운 개념의 비행기 Coanda-1910을 출품하며 기존의 프로펠러 추진 방식이 아닌 외부공기를 압축하여 그에 대한 반동으로 추진하는 제트 기본 이론에 바탕을 둔 사실상 최초의 제트기를 선보였었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한지 불과 7년 만에 발표한 내용이기에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새로운 개념의 비행기는 실패작이었다. 이 후 코안다 박사는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루마니아 정부의 강력한 지원 하에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수행하여 동시대의 많은 지식인들과 영감과 지식을 공유하며 그 결과 세계 최초의 제트기 제작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KT-1 중등훈련기와 T-50 고등훈련기 개발 완료, 그리고 수리온이라 불리는 다목적 헬리콥터 양산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 수리온은 개발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술에는 역사가 있다. 개발자들이 의도한 바와 달리 좋지 못한 결과를 나타낼 때 이것을 실패라고 표현한다면 실패 역시 역사이며 이런 역사적 자료들이 우리에겐 소중한 데이터로 작용한다는 것을 시행착오라는 단어를 통해 익히 잘 알고 있는 터이다. 만일 코안다 박사의 도전과 실패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실패로 인해 그의 연구 열정이 중단되었다면 과연 오늘날 항공산업의 발전은 현재에 이르고 있었을까? 항공기 개발 역사에는 그 국가의 든든한 지원과 끊임없는 자양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알고 있지 않은가.

지금 우리에게는 실패를 통해 많은 지식을 축적하고 이를 통해 똑같은 실수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항공기 개발 역사는 실패를 통해 발전해온 대표적 기술이기 때문이다.

김태화(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산학협력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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