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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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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1  23: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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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65)

양지는 끌리는 기분을 놓치기 싫어 다음 날도 이윤서가 약속한 장소로 나갔다. 내게 이런 변화가 오다니. 양지는 이해 안 되는 자신의 변화에 계속 의아한 채 그를 마주앉아 웃고 대화를 했다.

그날 이윤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자기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저는 부모님에게 큰 빚을 지고 사는 입장입니다.”

“그런 말씀은 세상의 모든 자녀들에게 해당되는 공통된 채무감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저의 부모님은 다른 평범하고 건강한 부모님들과 달리 평생 장애를 갖고 사시는 분들이라……, 말이 나온 김인데 숨김없이 말하겠습니다. 아버지는 앞 뒷산이 쩌렁쩌렁 같이 울리게 큰 목소리를 내서야 상대방이 자기의 말을 알아들을 거라 여기는 청각 장애자이시고, 어머니는 어릴 때 앓은 소아마비로 하체 이동이 부자연스러운 분이십니다.”

이윤서가 부모에게 빚졌다고 말한 이유를 며느리가 될지도 모르는 여자를 기선제압하려는 사전 수법으로 여겼던 양지는 아찔한 놀라움으로 하마터면 들고 마시던 찻잔을 놓칠 뻔했다. 부모의 그런 환경을 만난 지 채 이틀도 안 된 여자 앞에서 털어 놓는 이윤서의 심리가 묘한 호감으로 다가왔다. 아울러 야릇한 연민이 가슴의 동계를 타고 울렁거렸다. 0.001까지 다투고 정확해야 되는 숫자들과 대치하는 직장인답지 않던 이윤서의 이미지 수정이 대폭 불가피했다. 양지는 어느새 자신의 성장과정과 가정환경을 비교해 보며 다시 이 윤서를 찬찬히 살펴보는 가운데 제 마음 한 곳에서 긍정으로 피어나는 따뜻함도 느꼈다. 저 반듯한 인격의 주인은 부모님의 애오라지한 헌신과 자정이 빚어낸 청자나 백자의 이미지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기울이는 자식 사랑에 비하면 음각과 양각의 차원이 다른 비원이 새겨진 인격체다. 저 귀티 나는 면모 속에 그런 아픔이 새겨져 있었다니, 양지는 제 맘대로 윤서를 끌어안고 토닥거려 주는 상상을 했다. 내가 만약 그들의 가족이 된다면 그분들의 대소변 수발을 드는 것으로 첫 시작을 하더라도 능히 감수할 것이다. 그런 각오도 생겼다.

이윤서는 자신이 어렸을 때 그의 부모가 어떤 형식으로 이윤서와 동생을 키웠는지를 우등상 받은 어린 선수처럼 풀어놓았다.

“예전에는 모두 가난하게 살았다고 사람들은 말하지요. 그렇지만 우리 부모님 경우는 특히 더 열악했지요. 선대들이 소위 책상물림이라 경제하고는 동떨어진 집안인데 일곱 형제 중 다섯째인 아버지 차지는 더욱 중이염이 덧난 청각장애 밖에 유산이 없었답니다. 자연 그 배우자는 또 어머니같이 걸맞은 처지의 사람이 선택될 수밖에 없었고요. 건장한 아버지는 버려진 둔덕에 따비밭을 일구고 침선이 특기였던 어머니는 집안을 꾸미는 것과 우리 형제들의 옷을 직접 지어 입혀서 의상비 가름에 큰 역할을 맡았고요. 눈에 띄는 의상 때문에 선생님이 친구들 앞으로 저를 불러내서 쑥스러운 패션쇼 같은 걸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저의 오늘이 있게 한 칠 팔십 프로의 원동력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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