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싱숍 살인사건' 여성 대상 범죄 심각
'왁싱숍 살인사건' 여성 대상 범죄 심각
  • 경남일보
  • 승인 2017.08.13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기자] #여혐살인사건 또 온라인 달궈
왁싱녀 여사장 살해 보도 화면 캡쳐.

 

인터넷 방송을 보고 영상 속 여성을 찾아가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2년 동안 직업 없이 생활하던 배 모(31) 씨는 지난 5월 한 BJ가 피해자 A(30) 씨의 가게에서 브라질리언 왁싱(음모 제모)을 받는 영상을 봤다. 문제의 영상은 방송 구독자 10만 달성 미션으로 A 씨의 동의를 받고 진행되었지만, ‘미녀 왁싱사 섭외’, ‘왁싱 중 섰다’ 등의 표현을 사용해 제모 시술과 A 씨를 성적 대상화 했다.

이에 가해자 배 씨는 해당 영상을 통해 A씨가 인적이 드문 주택가에서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것을 확인한 후 범행을 결했다. 손님을 가장해 찾아가 시술을 받은 이후 A 씨를 협박 강간을 시도하려 하였으나 미수에 그쳤고, 준비한 식칼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후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지만 7시간 후 검거됐다.

강남역에는 다시 추모 물결과 공론화 시위가 일어났다. 지난 6일 강남역 10번 출구 천막 아래 모여 앉은 여성들은 ‘여자라는 이유로 죽이지 말라’고 외쳤다. ‘강력범죄 피해자의 88.9%는 여성이다’, ‘여성은 눈요기가 아니다’, ‘성적 대상화! 여성을 물건처럼 소비하는 짓’ 등 시위대의 손팻말도 다양했다. SNS에서도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번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해 ‘#왁싱샵여혐살인사건’이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일부 남성들은 이번 사건이 여성 혐오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피해자가 여성이면 다 여혐살인이냐’, ‘남자들 모두가 여자를 강간하는 게 아닌데 왜 사죄 하라는 거냐’, ‘돈 훔치려고 사람 죽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창원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이보람(가명, 29세) 씨는 ‘피해자 A씨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살해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씨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하고 열등하기 때문에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시키고, 극단적으로 살인까지 이르게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남성의 보호 아래에서만 여성이 안전할 수 있다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고인을 모욕하거나 품평하는 말이 심각한 수준이다. ‘왁싱하던 여자 못생겼냐’, ‘대한민국 왁싱 스킬 쓰리톱이라는데 안타깝다’, ‘이쁘던데. 사진 어디서 볼 수 있냐? 연예인 누구 닮음?’이라는 댓글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댓글 중에는 피해자에게 살해 원인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1인 왁싱샵 운영하는 거면 그 정도는 감안해야한다’, ‘사실은 불법 성매매도 같이한 게 아니냐’ 와 같이 몰지각한 발언을 삼가지 않았다.

‘왁싱샵 살인 사건’은 명백히 여성 혐오 살인 사건이다. 사전에 신상이 유포된 여성을 미리 범행 대상으로 삼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 살해를 말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강력범죄의 피해를 입은 여성 비율은 88.9%로 2014년 88.7%보다 0.2%p 증가했다. 강력범죄로 인한 여성 피해자는 2000년 6,245명에서 2015년 2만7940명으로 15년 새 약 4.5배 증가했지만, 남성 피해자는 같은 기간 2,520명에서 3,491명으로 약 1.4배 증가했다. 여성 피해자의 증가 폭이 너무도 가파른 수치를 보이고 있다.

여성들은 강남에서, SNS로, 각자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낸다. 절박하다. 이 사회에서 더 이상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