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도취
이홍식(수필가)
자기도취
이홍식(수필가)
  • 경남일보
  • 승인 2017.08.2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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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식
우리 주변에는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이 정말 많다. 나르시시즘이라고도 하는 자기도취는 물에 비친 제 얼굴을 제가 사랑하다 연못에 빠지는 나르시스처럼 스스로 황홀감에 빠져드는 일이다. 요즘 그런 사람을 공주병, 아니면 왕자 병으로 비유하는 것도 이것과 비슷한 말이 되겠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을 해치거나 힘들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나친 자기도취는 자칫 다른 사람을 무척 불편하게 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을 볼 수 없으니 제 모습이 어떤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남들이 쉽게 못 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도 자기도취에 빠져 어떤 수치심이나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은 회식 뒷자리 노래방 같은 데서도 자기가 부르는 노래는 다른 사람도 좋아할 거라는 생각에 젖어있다. 내 주변에도 그 같은 사람이 뜻밖으로 많다. 듣는 사람은 이미 같은 노래를 여러 번 들어 다시 듣기 싫은 곡을 목청껏 불러 젖힐 때면 불편하다 못해 고통스럽다. 나는 그럴 때마다 제 모습 제가 모르니 동영상으로 녹화한 다음 그것을 당사자에게 보여주면 어떨까 싶지만, 그를 아는 사람은 잠시 그때뿐 소용없는 일이라 했다. 만약 그런 사람이 글을 써서 인터넷이나 다른 어딘가에 글을 올린다면 자기가 쓴 글이 많은 사람이 공감하며 손뼉 칠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자기 모습을 남의 눈으로 보지 못할뿐더러 왜 알아주지 않느냐며 남을 원망하기도 한다.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은 자기가 좋아했던 어떤 것들을 반복하는 습관이 있다. 그것은 기억력이 없어서 했던 말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자기가 하는 말은 사람들이 귀 기울여 듣고 공감할 것이라는 생각에 빠져 남의 처지를 생각 않기 때문이다. 곁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이 말해주면 안 될까 싶지만, 친구 사아라도 바른말이 잦으면 사이가 벌어지는 법이다. 그런 사람에게 가장 서글픈 것은 사람들이 여러 번 말하다가도 안 되겠다 싶으면 자기라도 그와 같은 사람으로 보이는 게 싫어 그의 곁을 떠나버리는 일이다. 시급한 것은 더 늦기 전에 남의 눈으로 제 모습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일에는 늦고 빠름이 없다. 내가 내 모습을 알려고 할 때가 가장 좋을 때이고, 알려고 하지 않아 때를 놓치면 이미 주변 사람이 떠난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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