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66)
양지는 긍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의 답답함은 큰 문을 더 크게 확장시키는 저력을 발생시키니까. 긴급동의 하듯이 양지는 자신의 궁금증을 끼워 넣었다.
“아들들의 눈에는 서로의 생활도 불편하셨을 부모가 어떤 모습으로 비쳐졌는지 궁금해요.”
이윤서는 자기 이야기를 마치 현실이 아닌 동화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 같이 했다.
양지는 손에 쥔 땀을 양손을 비벼 증발시키면서 이윤서를 더 돋보이게 하는 요소를 그 소탈함에서 관찰한다. 그에 비하면 갖출 것 다 갖추고 살았던 양지 자신의 부모 관계나 현실은 어떠한가를 저도 몰래 비교하다 얼른 지우곤 했다. 상대방의 결점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는 말이 또렷하게 되새겨지며 넓이와 상관없는 토양의 질이 어떤 생물을 길러낼 수 있는 지에 대한 커다란 교훈도 얻는다.
이윤서의 환경을 알게 됨으로 더욱 친숙해진 양지는 이윤서와 같이 저녁도 먹었다. 그가 먼저 장소를 정해놓는 일방적인 리드였지만 싫지 않았다. 반보 쯤 뒤따라 걸으면서 바라본 탄탄한 등 넓이의 듬직함은 현태라면 고개 들었을 거부감을 어느새 흐려놓고 순순히 따르게 한다.
비뚤어지려면 얼마든지 비뚤어질 수 있는 여건인데도 이 남자가 반듯하게 잘 성장한 이유는 그 부모들의 화합과 풍부한 긍정이 산소 작용이 됐을 것에 대한 외경심 때문이다. 하므로 성장의 자양분과 부모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은 양지에게 속 깊은 용기와 희망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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