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
강경주(시조시인)
확증편향
강경주(시조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7.08.2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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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담배가 폐암은 물론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금연이 힘든 이유는 자신이 지금 피우는 담배 한 개비에 대해서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강물의 끝이 폭포라는 걸 알면서도 유유히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즐기는 것이다. 심지어 신체적 건강에는 해로울지 몰라도 정신건강에는 도움을 줄 때가 많다고 우긴다.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기존의 자기 세계관에 맞춰 세상을 한 번 걸러낸다. 다른 사람들의 코드가 자기의 코드와 같다면 그 사람들을 좋아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들을 싫어할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 정보를 얻으려는 게 아니라 자신의 믿음을 확인 받으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 부딪혔는데 그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합리적인 결론이 기존에 철석같이 믿고 있던 생각과 정면으로 모순될 때, 사람들은 합리적인 결론보다는 부조리하지만 자신의 기존 생각에 부합하는 생각을 선택한다. 이것이 바로 ‘인지 부조화’이다. 인지부조화가 내적인 경향이라면, 외적인 것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오답에 대한 집착’인 것이다. 심지어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난 후에도 어떻게든 그 선택이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믿으려 애쓰며, 명백한 판단 착오였어도 끝까지 자신이 옳았다고 우기기도 한다. 개인 사생활의 사소한 결정에서부터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중대한 결정까지, 인간의 심리를 조종하는 이러한 법칙은 예외 없이 적용된다.

한국 정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주로 정치인들만 욕할 뿐 국민은 늘 피해자라는 식으로 말하지만, 정치인들은 대중의 이러한 심리적 경향에 영합할 뿐이라고 보는 게 진실에 더 가깝다. 이 세상에 숱한 음모론이 먹혀 들어가는 것도 바로 이런 심리 때문이다. 어떤 정치적 이슈나 사안에 대해 편을 갈라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그 싸움이 확증 편향 간의 싸움이라는 것만큼은 인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내 편은 무조건 옳고, 다른 편은 무조건 틀린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것이다.

학자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학자들이 자신의 가설에 대한 반증 자료를 찾는데 노력한다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겠지만, 그들이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연구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선 당장 논문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가설을 확증해 줄 정보만을 찾기에 바쁘다. 보통 사람들을 향해선 확증 편향을 버려야 한다고 훈계를 해대면서도 자신의 확증 편향은 넘어서기 어려운 것이다.


강경주(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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