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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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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3  23: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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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67)

그날 저녁 양지는 더욱 자신의 가슴속에, 아니 뇌리 속에도 전에 없이 다양한 색깔의 감정이 자생하고 있는 것을 체감했다. 으슥하고 어두운 길을 위태롭게 걷고 있는 그녀를 위해 이윤서가 손을 내밀 때 아무런 위화감도 없이 손을 내밀었고 남정의 억센 악력이 힘을 가해 올 때도 그 따뜻함과 보호 의지를 든든하게 받아들였다. 주위의 사물을 화제 삼아 이윤서가 농담을 하면 맞장구치며 흔쾌하게 같이 웃었다. 두 사람이 당도한 발길 앞에 넓고 평안한 광장이 둘을 위해 펼쳐져 있는 듯 거리낌 없는 동류의 연대를 느끼며 내가 그런 변화를 유도할 줄은 나도 몰랐어 라고 나중에 혼자 웃었던 예측 못한 제의를 하기도했다.

“다리가 아픈데 조금 쉬었다 가면 안돼요?”

저만큼 서있는 가등이 나무 그늘을 만들고 있는 곳에 양지가 멈춰 섰다.

“아, 그럴까요? 숙녀분이 하시는 말씀이니 당연히 존중해야지요.”

이윤서는 얼른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앉을 자리를 찾았다.

“저기 벤치가 있네요.”

먼저 그쪽으로 걸어간 이윤서가 손수건으로 양지가 앉을 자리를 닦아놓고 손을 내밀어 앉기를 권했다.

“우리는 지금 무슨 대화를 하게 될까요?”

잠시 조심스럽고 계면쩍은 분위기 속에 잠겨있던 양지가 장난스런 웃음을 흘리며 먼저 말문을 텄다.

“글쎄요. 그림은 딱 연인관곈데 저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참 궁금했지요. 자 그럼 우리도 그런 장면 한 번 연출해 봐야죠.”

그러면서 이윤서가 양지 옆자리로 더 바싹 다가앉는 바람에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상체가 흔들리도록 일치된 공감의 표시로 소리 나게 웃었다.

“제가 몇 번째 파트너로 이런 쉼터에 같이 하는 건가요?”

해놓고 보니 저 답지 않은 질문이라 입을 때리고 싶은 양지를 들여다보며 이윤서가 말했다.

“처음이자 마지막, 하하하 뭐 그런 대답을 강요하시는 겁니까?”

“아뇨. 전 인간도 팔색조나 칠면조 카멜레온과 같은 성향을 가진 동물인 걸 요즘 들어 더욱 실감하고 있거든요.”

“우리는 천생연분인가 봐요. 저도 그런 생각을 가끔 해보거든요.”

능청 떠는 이윤서의 화답으로 두 사람은 또 유쾌한 웃음을 날렸다. 익숙하고 무람한 진전을 잦은 공감과 웃음으로 확인한다. 상대방에 따라 대화의 빈도가 달라진다더니 이윤서도 어지간히 말이 고팠던지 개구쟁이 같은 농담을 쉬지 않고 늘어놓는다.

“우리 그럴 듯한 그림에 하나 더 보탤까요?”

“아, 마실 것!”

양지가 맞장구를 치자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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