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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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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4  23: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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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68)

빠르게 매점을 찾아 나섰던 이윤서가 가져 온 두 개의 캔 음료 중 하나를 내밀었다. 양지는 손에 든 것을 도로 내밀며 어린소녀처럼 핑계를 댔다.

“손톱이 약해서요.”

그림으로 보면 틀림없이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이다. 남자가 따준 캔을 받아 마시며 다정하게 마주 웃는 여자와 남자. 그러다가 천천히 소리 없이 각자의 생각에 잠긴 두 사람은 마시는 음료의 맛을 음미하듯 조용해졌다. 반쯤 남은 캔을 들고 먼 불빛을 바라보고 있던 이윤서가 진지해진 음성으로 말을 붙였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으시죠? 장 회장님 말씀이 아주 큰 뜻을 갖고 계시다던데?”

“오빠가 저의 결격을 보완해 주시려고 괜히 부풀리셨을 거예요. 무슨 일을 하겠다고 나서기엔 준비된 자금도 없고 구체적인 설계도 세워놓지 못한 막연한 희망으로만 아직.”

양지는 얼핏 떠오르는 수연과 현태를 지웠다. 씁쓸하고 아린 사람들이다.

“요컨대 세월인가요? 스폰서인가요?”

“둘 다요.”

“무슨 이유인지 이유도 모르지만, 이 감정은 또 뭔지-. 첨에는 사업 파트너 같기도 했는데 여동생 같기도 했고, 또 그 다음은 우리 뭐가 되죠?”

“세상에는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요. 그렇지만 시간도 몸도 개인의 한계는 너무 제한적이죠.”

양지는 어렴풋이 이윤서의 내심을 눈치 챘지만 제 감정이 괜히 수꿀해지자 어깃장을 부렸다. 과년한 남녀들의 목적지에 다다른 감이 농익었다. 머잖아 어떤 결정을 내리면 각오하고 그 길로 같이 가야될 것이다. 이 꽃 같은 감정이 사라지고 삶이란 미명으로 밀어닥치는 온갖 부조리한 감정에 눌려 미워하고 후회하면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 왠지 모르게 변덕이 일어났다. 문득 살아온 날들과 비교되며 자신의 지금 처지가 부질없고 열없었다. 갑자기 어디론가 달아나 버리고 싶기도 했고 소리 내서 울고 싶도록 가슴속 울음보가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 우울해진 그녀를 의식했는지 이윤서가 다시 장난을 걸었다.

“내가 듣고 싶은 답을 못하겠으면 손 좀 내봐요.”

“손은 갑자기?”

“손금 좀 보게요. 생명선 운명선, 그런 것도 감정해 보면 대강 캐치되지 않겠어요?”

“아유 엉터리!”

침울함 밖으로 발딱 나온 양지는 이윤서가 내민 손을 탁 치며 손을 뒤로 숨겼다. 이윤서가 웃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하하하. 저 사람들 말 들어봤어요?”

“무슨 말? 우리한테 아무 말도 안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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