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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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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7  21: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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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69)

“에이 저 두 사람은 대체 무슨 얘기들을 할까. 우리가 했던 말을 저 사람들이 했다고요. 뽀뽀는 언제 할 건가, 우리 이럴 때 서로 얼굴이라도 맞대야 화룡점정이 되는 거 아닌가요?”

“아이참!”

양지는 친숙함을 표시하는 이윤서의 농담에 기겁을 하며 발딱 일어섰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이윤서가 지어내는 너스레 때문에 양지는 저도 모를 즐거움으로 소리 내어 웃으며 이윤서를 때렸다. 눈길도 곱게 흘기며.

이윤서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양지는 생각했다. 이 사람과 만나야할 운명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현태는 스쳐지나간 거야. 이 사람을. 내 쪽에서 배척하는 경거망동은 절대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아버지는 역시 어른이고, 사람의 숲 역시 높고 깊은 걸 인정해야 된다. 분명한 것은 부모 건 자식이건 자기의 유불리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감정도 좌우로 헷갈릴 만큼 영원한 불신도 신뢰도 판 박혀 있지 않다.

그런데, 출발만하면 넓고 평탄하게 뻗어나갈 것으로 예측했던 양지와 이윤서의 만남은 돌파 불가능한 옹벽에 갇혀버리게 됐다.

그와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한지 벌써 삼일이나 지났다. 헤어질 때는 분명 내일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했고 넌지시 양지가 뜻한 사업에 대한 물심양면의 보조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와의 결혼을 전제로 꽤 구체적인 설계까지 그리고 있던 양지는 애타게 그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날 밤 그 분위기대로라면 양지가 일하는 곳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윤서는 벌써 성큼성큼 나타났어야했다. 대기 중이라던 본부 발령장이라도 받았으면 미처 소식 전할 짬을 못 냈을 수도 있다. 큰마음 먹고 지어낸 이유가 서럽다. 왠지 자신이 안고 있는 그리움이 금방 사라진 꽃구름처럼 안타까움을 안겨주었다.

한 사람을 품고 이렇게 종일토록 애태워 본적 없었다. 낮에는 직장, 밤에는 학교를 다니던 가난에 찌든 여학생이 한 바가지 물로 몇 가지를 차례로 해결하며 기다리던 월급날과 차원이 다른 관심의 매진이다. 실현 불가능라리라 싶던 꿈이, 안정된 미래의 큰 수레를 끌고 오는 기대로 꽉 차있던 설렘이었다. 그러나 하루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도 이윤서로부터는 아무 소식도 없다. 바깥일이 분주해서였다면 지금쯤은 귀가했으리라 싶은 시간 쯤 양지는 전화기를 끌어당겼다. 막상 이윤서의 집 전화번호도 알아놓지 못한 상태라 두 사람 사이를 다리 놓았던 고종오빠에게 슬며시 상황 타진을 해보는 수를 택한 것이다.

그때 거짓말처럼 소리 없이 오빠가 들어섰다.

“이런 시간에 웬 일이십니꺼?”

양지는 애써 불길한 예감을 눌렀다.

“어디 전화하는 것 같은데 끝내고 하지 뭐.”

“오빠한테 걸려던 참인데…….”

“그렇담 앉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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