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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52>하동 백련리흙에서 피어난 절정의 아름다움 도자기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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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9  02: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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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요의 가마 전경.


◇영화 취화선의 촬영지, 백련리 사기마을

그림에 취한 신선이란 뜻의 ‘취화선’, 미완이면서도 완성에 가까운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과 싸우며, 치열하게 살아온 화가 장승업의 일대기와 예술혼을 그린 영화다. 이 작품을 만든 임권택 감독은 제5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인공 오원 장승업은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과 함께 조선시대 3대 거장으로 평가받는 천재화가다. 그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거지처럼 떠돌다 역관 이응헌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다, 집에 보관된 그림을 어깨 너머로 보고 똑같이 흉내내며 그린 그림으로 그 재능을 인정받게 되어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걷는다. 천재적인 기량과 왕성한 창작욕으로 조선 후기 최고의 명성을 얻은 화가였다. 고종으로부터 벼슬까지 받지만, 결국 거절하고 세상을 떠돌다 1897년 굴곡진 삶을 마감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활활 타오르는 가마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몸을 불태우는 모습에서 화가 장승업의 그림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예술가의 혼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뜨거움이 오랜 세월 필자의 가슴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한 예술가의 뜨거운 열정과 예술혼을 담아낸 영화 ‘취화선’의 공간적인 배경이 된 곳이 바로 하동군 진교 백련리 사기마을(새미골)이다. 연꽃과 도자기로 널리 알려진 새미골, 이러한 고품격 마을에서 탄생된 영화 취화선의 속살과 예술적 결정체인 도자기를 만나기 위해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평생교육원 ‘시창작 강좌’ 수강생들과 함께 떠났다.

해마다 7월말이면 열리는 ‘찻사발과 연꽃의 만남’ 축제로 인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백련리 사기아름마을, 마을 어귀에 빚어놓은 큰 찻사발이 빗돌처럼 서 있는 모습이 위압적이기보다는 오히려 정겹다. 탐방객들을 맞이해 주는 듯 마을 입구에 활짝 핀 홍련과 백련이 발걸음을 흥겹게 해 주었다. 먼저 도자기체험관부터 찾았다.

 
   
▲ 도차기체험관에서 찻사발을 빚고 있는 모습.


◇도자기체험관에서 빚은 작은 찻잔 하나

여름방학을 맞아 도자기체험을 하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 찻사발 빚기 체험을 했다. 도예가 정웅기 선생님으로부터 도자기에 대한 기초이론과 백련리 사기마을의 내력을 듣고 나서 물레 시연과 찻사발 빚기 시연을 본 뒤, 찻잔 만들기 체험을 했다. 하나의 도자기가 탄생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으면서 도공의 정성과 열정, 예술혼과 인내가 어우러져야 위대한 작품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동안 숙성시킨 흙을 물레 위에 얹어 놓고 위아래로 반복해서 다듬는 과정을 거쳐 원하는 찻잔을 빚는데 처음엔 손가락의 힘 조절이 잘 안 되고 중심을 잡지 못해 자꾸만 그 모양이 일그러졌다.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한 뒤에사 작은 찻잔 하나를 빚는데 성공했다. 비록 못생긴 찻잔이지만 직접 빚은 작품을 보며 느끼는 행복감은 만들어 보지 않은 사람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건조, 초벌구이, 유약 바르기, 재벌구이를 마치면 비로소 완성된 찻잔 하나를 만날 수 있는데, 체험은 주로 물레로 원하는 그릇을 만든 뒤 문양을 그려넣는 것까지만 하고, 나머지 과정은 도예가 선생님이 마무리해서 체험자의 집으로 보내준다. 자연친화적인 흙을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도자기를 만들기 때문에 체험자들의 집중력과 상상력을 키우고, 스스로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가짐으로서 자존감과 정서적 안정을 갖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체험활동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도자기체험을 마친 뒤, 취화선의 촬영지인 새미골가마터에 갔다. 안타깝게도 가마터는 폐가처럼 되어 있고 문을 잠가 놓아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한참 동안 문이 닫힌 가마터 앞에 서서 술에 취한 채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장승업의 눈빛과 활활 타오르는 가마 속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떠올렸다. 취화선 촬영지 바로 곁에 무명도공추념비가 있었다.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이곳의 도공들을 납치해 갔고, 백련리에서 생산되던 많은 도자기들을 강탈해 갔다고 하는데, 억울하게 죽은 무명 도공들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세워놓은 빗돌이다. 이곳의 옛 지명인 샘문골(새미골)은 일본말로 이도(井戶)라고 부르는데,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찻사발인 이도다완이 이곳 백련리 도요지에서 발견된 유물들과 유사한 특성을 가졌다고 하니, 진해의 웅천 도요지와 함께 이도다완의 기원을 밝히는데 중요한 유적이 된다고 안내문에 기록되어 있다. 폐가가 된 취화선 촬영지에 대한 아쉬운 마음과 함께 위대한 예술작품을 남겼으면서도 역사의 뒤안길로 묻힌 무명도공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뒤로 한 채, 차사발박물관으로 향했다. 넓게 펼쳐진 연꽃밭 사이로 나무를 깔아놓은 오붓한 산책로가 퍽 운치가 있었다. 군자를 닮은 백련의 자태를 가까이 보면서 사색에 잠긴 채 산책을 하는 것도 스스로에게 기품을 더해주는 힐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사발박물관 밖에는 조선의 백성을 닮은 옹기들이 무리를 지어 탐방객들을 반겨주었고, 박물관 내부에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도자기들이 눈길을 끌었다. 다시 한 번 도공들의 예술혼과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느낀 시간이었다.

 
   
▲ 옛 찻사발을 빚고 있는 정웅기 도공.


◇도공의 예술혼이 밴 차사발

가끔 진품명품에 나오는 도자기나 생활용품 중, 임금이나 양반이 쓰던 것은 높이 평가 받고, 일반 백성들이 쓴 것은 그 가치를 낮게 평가 받는 것을 보았다. 백성들 또한 임금이나 양반 못지않게 소중한 존재로서 그들이 쓴 막사발(차사발)도 양반이나 임금이 쓴 물건만큼이나 가치있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책로를 걸어서 도자기체험을 지도해 주신 정웅기 선생님의 하동요 도자기전시관에 들러 작품들을 감상한 뒤 차담(茶談)을 나누기까지 했다. 선생님의 도자기 인생이 담긴 작품 하나하나에서 그 열정과 예술혼을 느낄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흙과 물과 바람, 그리고 불이 만나 우주의 섭리를 담아낸 귀한 존재로 탄생한 도자기, 그 창조의 아궁이 앞에는 늘 도공이 있었다. 함께 차를 마시는 정웅기 도공의 형형한 눈빛에서 예술혼을 불태운 장승업을 보고 온 듯해 뿌듯했다. 넓게 펼쳐진 백련리 연밭길, 상서로운 기운을 머금은 백련을 바라보며 걷는 발걸음에도 그윽한 향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박종현(시인·경남과학기술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무명도공추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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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리 도자기 체험관의 전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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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취화선 촬영지인 새미골가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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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요 도자기전시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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