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은 여자만 하나요?
피임은 여자만 하나요?
  • 경남일보
  • 승인 2017.08.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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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사랑도 피임도 함께 나눠야
여름은 경구피임약 구매가 급증하는 시기다. 물놀이나 여행을 계획 중인 여성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

경구피임약은 난포의 성숙과 배란을 막아주거나 생리 주기를 조절해주는 여성호르몬 복합제로, 매일 같은 시간에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올해는 경구피임약을 판매하는 제약회사들의 마케팅이 유난히 공격적이다. TV 광고에서도 경구피임약 광고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광고영상 속 여성 모델들은 ‘사랑도 완벽해야 해’, ‘지금이 좋으니까’, ‘스무 살의 사랑’ 등 하나같이 피임을 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25살 나영 씨는 이런 피임약 광고를 볼 때마다 괜히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TV 광고로 여성의 경구피임약 광고는 많이 봤지만 남성이 사용하는 콘돔을 광고로 내어놓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며 “광고가 여성들에게만 피임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구피임약을 2년째 복용하고 있는 26살 지수 씨는 남자친구에게 약을 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는다. 그 이유로 “몇몇 남자들은 여자가 피임약을 먹고 있다고 하면, 성관계를 하기 위해 항상 준비되어 있는 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유라가 찍은 한 피임약 광고는 공개되자마자 성희롱, 비하 댓글에 시달렸다. “유라가 사용하는 피임약인가?”, “콘돔 사용하기 싫으니까 피임약 먹으려고?”, “언제든 준비된 자세” 등의 유라를 성적 대상화 시키고 비하하는 글이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 들썩였다.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불법이지만, 하루 평균 3,000여 명의 여성들이 낙태 시술을 받고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20대 미혼녀 10명 중 7명이 성관계 경험이 있지만, 피임실천율은 46.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콘돔 사용률은 11.5%에 불과하다. 피임 방법으로 콘돔을 선호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성감 저하’ 때문이었다.

경구피임약 광고는 에스트로겐 수치를 낮춰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약을 복용하는 여성 중에서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시력감퇴, 기분의 급격한 변화, 체중 증가, 구토감, 생리를 건너뛰거나 추가로 생리를 하기도 하며, 성욕이 감소하고, 질 내 분비물이 증가하거나, 유방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에 비하면 이는 사소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지난 7월 영국에서는 호르몬 불균형으로 6년 동안 피임약을 복용하던 여성이 심정지로 사망에 이르렀다. 경구피임약의 성분이 혈관 내 혈전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있어, 사망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처럼 경구피임약은 자궁경부암과 유방암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불안과 우울 지속, 골밀도 감소, 간 종양 위험 증가, 편두통, 심장마비와 뇌졸중 등의 위험을 동반하기도 하기에, 전문가들은 꼭 산부인과에서 의사와 상담 후 약을 처방받기를 권하고 있다.

경구피임약에 수많은 부작용이 있지만, 제약회사의 광고는 이를 안전한 것으로 포장한다. 현재까지 남성들에게는 콘돔 외에 피임 대안이 없다. 실제로 많은 여성이 교제하고 있는 남성으로부터 경구피임약을 복용해주기를 권유당하고 있다. 문제는 경구피임약이 피임의 해답이 될 수도 없다. 성기 삽입으로 인한 성병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성관계는 두 사람이 함께 즐기지만, 약의 부작용과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불안감과 고통은 오롯이 여성들의 몫이다. 광고 속 여성들의 환하게 웃는 모습이 불편한 이유다.

오진선 시민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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