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문제해결은 성숙하게
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경일포럼]문제해결은 성숙하게
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8.2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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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군 장성 공관에 배치된 공관병에 대한 장성들 부인들의 갑질에 대한 뉴스가 떠들썩했다. 장성 부인이 공관병에 행사한 갑질이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국방부는 재빠르게 공관병 대신 민간인을 군 지휘관이 거주하는 공관에 배치하겠다는 대안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대응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한편 전북 부안의 한 교사가 중학생을 성희롱했다는 제보가 접수되자 전북교육청과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가 해당 교사에게 징계를 내리기로 하였다는 소식이 방송에 보도되었고 많은 시민들이 그 교사에 대해 분노를 느꼈다. 결국 그 교사는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하고 말았다. 그런데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성희롱 당한 적이 없다며 교사의 명예회복을 위해 탄원서까지 제출하였고 경찰은 조사결과 혐의 없다고 판단하고 내사를 종결한 상태였다는 소식에 더 충격적이다. 억울한 누명을 벗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간 그 교사가 불쌍할 따름이다.

이 두 사건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일어났고 성격도 전혀 다른 것이지만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가진다. 장성 부인은 공관병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았고, 인권심의위원회는 학생의 인권에 치중한 나머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일 수도 있었던 교사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은 것이 같은 점이다. 또한 사건이 터진 이후에 문제를 해결할 때 성숙함 보여주지 못하였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일벌백계나 문제의 근원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그러한 조치들을 내린 것이라 이해해보려고 해도 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근시안적이고 미봉책이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문제를 성숙하게 해결한다는 것은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문제해결에서 신속함은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과 문제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한 것처럼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빨리 발견하여 대응하면 성숙한 문제해결이 이루어질 수 있다. 후진국에서는 나라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가 문제를 더 키워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자주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IMF 사태를 겪은 것도 금융문제를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고 키웠기 때문에 발생한 대가다. 또한 문제를 아무리 빨리 발견하여도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미적거리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메르스에 대해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해서 뒤 늦게 대응하다 피해가 커졌고, 세월호가 침몰한 뒤에도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여 많은 생명을 잃은 것이다.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려고 하다보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미봉책을 내놓기 쉽다. 실제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미봉책을 즐겨 사용하는 것을 목격해 왔다. 부동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장기적인 플랜을 만들고 그에 따라 대응하기보다 즉각적인 효과를 내기 위한 미봉책을 처방으로 내놓았다. 미봉책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다 오히려 곳간 문도 열어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급한 불 끄려다 전부다 잃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당장 해결하려고 시도하기 보다는 다양한 대안을 마련한 뒤에 충분히 검토하고 대중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먼저다.

따라서 문제를 명확하게 발견하고 장기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는 대안을 내놓는 것이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정확한 문제해결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러한 능력이 아직 부족해 보인다. 선진국일수록 즉각적 대응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문제를 성숙하게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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