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7.08.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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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애와 애향심이 남달랐던 재일 기업가 안재호
1976년 세워진 재일 동포 기업가 안재호 선생의 동상.



“가시봉 맑은 정기 타고 자라나/현해탄 저 너머에 쌓아온 보람/인내와 근검 역행 업을 이루니/마침내 우러르는 님이 되셨고/애향의 횃불 들어 두루 비추니/거룩한 그대 공덕 찬연하리라.” 이 글귀는 제주도 표선면 가시리에서 태어난 재일 동포 기업가 안재호가 고향을 위해 베푼 은덕을 기리기 위해 1976년에 가시리 주민 일동이 그의 동상을 건립하고 새긴 내용이다. 1915년에 안승훈의 장남으로 태어나 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13살 때 부친을 제주도에 남겨 둔 채, 큰 뜻을 품고 어머니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 제주출신들이 밀집해 있는 오사카에 정착하면서 향학열이 강했던 그는 일을 하면서도 오사카죠토 상업학교를 졸업하였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학업을 포기하고 16살이 되던 1930년에 오사카합성수지 화학연구소에 입사하게 되어 그곳에서 4년 간 기초지식과 기술을 습득하였다. 이 연구소에서 습득한 지식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20세가 되던 1934년에 후토화학공업주회사의 전신인 대동라이트 주식회사에 공장장으로 입사한 그는 5년 후 스스로 회사를 설립하기로 하였다. 1939년 오사카에 야스모토(安本) 화학공업소를 창립하여 합성수지 가공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한 가지 일에만 전심전력함으로써 그의 성실함과 믿음직스러움을 인정받으면서 업계에서 고참으로 대접받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조국이 해방을 맞게 되자 조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한다. 공장의 기계와 설비, 가족을 본국으로 실어오기 위해 100t짜리 목조 기범선을 구매하였다. 수리한 후에 200여 명의 동포를 싣고서 부산항으로 출항하였으나 오사카 항에 잠간 기항하던 중 좌초하고 말았다. 동포들의 목숨은 건졌으나 바닷물에 젖은 화물들은 전부 못쓰게 되었다. 귀국을 포기하고 심기일전하여 큐슈지역에서 돼지, 쌀, 고구마 등을 대량으로 사서 오사카 항으로 오다가 고베 근처를 지나던 중 다시 배가 침몰하면서 그때까지의 모든 노력과 고생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하루아침에 무일푼이 되고만 그는 합성수지 일을 다시 시작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 종전의 단골이나 친지들을 설득하여 간신히 자금을 융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그는 평소의 신실함과 신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1946년 4월에 야스모토전기제작소라는 이름으로 재출발하게 된다. 물품이 부족한 시대였기에 만들기가 바쁘게 제품들이 잘 팔렸다. 1946년에 200명이었던 종업원이 1950년에는 500명으로 늘어났다.

1950년 니혼유키화학공업주식회사로 회사명을 변경한 뒤, 사업 확장에 따라 1952년에는 플라스틱단추 제조전문 회사인 일본단추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합성수지 성형업을 시작하였다. 1960년까지 일본 국내 단추 생산의 70%를 점유하였으며, 1954년과 1955년에 연속하여 ‘일본전국플라스틱 종합전’에서 통상산업 대신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오사카 시장상도 두 번 거푸 받기도 하였다. 안재호는 니혼유키 주식회사가 개발한 특허권을 독점하지 않고 일본 업계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통 큰 기업가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고향 제주는 1948년에 일어난 ‘제주 4·3 사건’으로 황폐화 되었다. 1956년에 흉년까지 겹쳐 기아에 허덕이는 고향 주민들을 보고서 가슴아파한 그는 거액을 희사하여 향토주민들의 구제 사업을 위해 지원하였다. 재일 제주출신 동포들로부터 모금운동도 함께 펼치면서 고향의 재건과 활성화 사업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의 고향 가시리 외에도 고향 제주도의 각종 공공시설, 학교, 전기가설, 도로포장 등에 막대한 사재를 투입해 제주도 발전에 다방면으로 공헌했다. 1973년에 제주도는 그에게 ‘제주도 공익상’을 수여한 바 있다.

/경상대학교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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