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積幣淸算)
강경주(시조시인)
적폐청산(積幣淸算)
강경주(시조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7.08.28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경주

가장 무서운 귀신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혁신’이라는 말이 떠돈 적 있다. 혁신이 귀신이라는 말 속에는, 혁신은 곧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비아냥거림이 들어 있기도 하고, 신출귀몰 나타나서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른다는 두려움이 들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혁신은 곧 환상에 불과하며, 사람들에게 휘몰아치는 토네이도 같은 한때의 돌풍에 다름 아니라는, 그 바람만 지나가면 기존의 일상이 지속되리라는 수구적 가치관이 여전히 팽배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자신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혁신은 곧 자기 변화를 요구하고, 몸담고 있는 직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나아가 사회를 미래지향적으로 성장시키는 에너지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변화와 성장은 생명의 속성이다.

어느 병약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집 앞에는 큰 바위가 있었는데, 그 바위 때문에 집 출입이 너무 힘들었다. 어느 날, 하느님이 꿈에 나타나 말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 소원을 들어 주마, 집 앞의 바위를 매일 밀어라!”

그 날 이후 그는 희망을 가지고 매일 바위를 밀었다. 그러나 여러 달이 지났지만 바위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날의 헛수고가 원통해서 엉엉 울었다.

바로 그때 하느님이 나타나 말했다. “나는 네게 바위를 옮기라고(to move the rock) 말한 적이 없단다. 그냥 바위를 밀라고(to push against the rock) 했을 뿐이야. 이제 거울로 가서 너 자신을 보렴.” 거울을 본 그는 자신의 변화된 모습에 깜짝 놀랐다. 거울에 비춰진 남자는 예전의 병약한 남자가 아니라 아주 강건한 근육질의 남자였다. 그러고 보니 밤마다 하던 기침도 안 하고, 기분이 상쾌하고, 잠도 잘 잤다는 걸 알았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 바위 때문에 힘들었던 날은 하루도 없었다.

하느님의 계획은 바위의 위치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를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그의 변화는 ‘바위를 옮겼기 때문’이 아니라 ‘바위를 밀었기 때문’에 생겼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환경과 상관없이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변화된 나’는 어떤 환경도 극복하게 만든다. 결국 산을 옮기는 믿음은 나를 옮기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타인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보다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능력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이 땅의 민주투사들은 이념을 실천하려는 혁명에는 성공한 듯하다, 그러나 아직도 세상을 바꾸려고만 할 뿐, 진작 스스로 도덕과 정의로 재무장하려 하지는 않는 것 같다. 혁명이 완수되지 않는 이유는 혁명가가 혁명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 故 함석헌 선생의 말이 떠오른다. 적폐청산(積幣淸算)이 견벽청야(堅壁淸野)로 들린다!

 

강경주(시조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