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맛 저맛 제맛 <3> 진주 헛제사밥
이맛 저맛 제맛 <3> 진주 헛제사밥
  • 경남일보
  • 승인 2017.08.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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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태호 시민기자]사라질까 아쉬운 옛 밥상
▲ 헛제사밥사진

 

이번에 다룰 ‘진주헛제삿밥’에 이야기는 순전히 진주라는 이 곳의 매력 때문에 쓰게 됐다. 진주는 서부경남에 위치해 영남과 호남을 통하는 관문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오래된 도시이다. 그야말로 사통팔달, 서쪽과 북쪽으로는 산이요, 동쪽으로는 평야이며 남쪽으로는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넓디넓은 바다이다. 그래서 웬만한 산해진미는 다 모이고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하여 음식솜씨가 좋은 이들이 많았고 그 맛을 찾고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교방음식이 발달한 것도 그 때문이리라.

 

▲ 헛제사밥사진03

 

헛제삿밥 또한 이러한 진주만의 지역 특성을 고스란히 담은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문화이다. 선비들의 고장답게 늦게까지 글을 읽던 유생들의 출출한 배를 달래줄 밤참으로 만들어진 것이 이 헛제삿밥이다. 아무리 풍요로운 곳이라 하더라도 양반의 먹성에 체면을 아니 차릴 수 없었고 그들의 배만 채우기엔 가난한 이웃이 마음에 걸려, 마치 제사를 지낸 것처럼 하여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었던 것이 이 헛제삿밥의 유래라 한다. 참으로 해학적이고 애민정신이 깃든 음식이다.

현재 진주에서 이 헛제삿밥을 재현하는 곳은 3대째 내려와 이젠 이영덕 명인이 운영하는 ‘진주헛제삿밥’이 유일하다. 어릴 적에는 진주중학교 앞 골목에 있었으나 지금은 월아산 청곡사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그 옛날 들렀던 그 식당은 마당에 가득 걸린 메주가 인상적이었는데 지금은 조금은 평범해진 곳이었다. 제사음식은 마늘, 고춧가루 등 귀신이 싫어할만한 양념이나 향신료는 사용할 수가 없어서 온전히 간장으로만 맛을 낸다. 여기에서는 이곳에서 쓰는 모든 장류를 직접 담가서 사용하고 있다.

이 곳 ‘진주헛제삿밥’의 상차림은 마치 그 옛날 교방상차림이 이렇지 않을까 할 정도로 음식이 다양하다. 3적, 7색나물, 연근정과, 방아잎·고추·부추전, 육전, 생선전 등의 모둠전, 죽순구이, 불고기, 애호박나물, 고추·오이·매실 장아찌, 동치미, 돼지수육, 여러 생선구이, 삶은 문어, 다양한 부각, 탕국, 떡 등으로 한 상 가득 차려졌다. 특히 탕국은 명태, 홍합, 새우, 말린 문어, 조갯살 등의 해산물과 쇠고기, 버섯, 무, 두부, 죽순, 박 등 꽤 많은 재료를 닭육수에 넣고 끓여 내는데 그 깊고 진한 맛은 어디에도 견줄 수가 없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안동 헛제삿밥과 비슷하지만 안동에는 돔배기(상어고기)로 산적을 만들어 상에 올리지만 진주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다르다고 한다.

어느 정도 요기를 하고나면 진주비빔밥의 원조격인 ‘헛제사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사발에 밥을 얻고, 다양한 고명을 올리고, 탕국물을 두어 숟가락 곁들여 비비는데 이 집에선 고추장을 권하지 않는다. 고추장을 귀신이 싫어한다는 미신적인 이유도 있지만, 재료 본연의 맛과 이 집 고유의 장 맛을 그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고추장을 넣지 않고 비비는 것을 추천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심심하게 무친 나물과 진한 해물 육수를 넣고 촉촉하게 비빈 밥은 아무리 늦은 저녁에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취재에서 아쉬운 점은 이처럼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을 아직까지는 많은 이들이 찾고 있지만 1인가구 시대가 되버린 요즘 패스트푸드와 각종 조미료에 입맛이 길들여진 신세대들에게는 이 맛이 생소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우리 조상들의 풍류와 해학이 담긴 이 음식문화가 더 이상 우리 곁에서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생겼다. 음식도 하나의 트렌드이기에 시대적 변화와 발전적, 퇴보적 모습은 피할 수 없겠지만 그 음식문화에 깃든 조상들의 훈훈한 정신은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태호 시민기자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헛제밥사진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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