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우리 둘레길 조성기술 유럽에 수출하자
박재현(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경일포럼]우리 둘레길 조성기술 유럽에 수출하자
박재현(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7.08.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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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폴란드와 연접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국가의 숲을 돌아보았다. 우리의 숲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드리 소나무며 자작나무 숲이 일자로 죽죽 뻗어 자란 나무들의 바다로 이루어진 숲은 매우 인상 깊었다. 자연환경과 지리환경이 다르기에 우리의 숲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나 내심 부러움이 물밀 듯 몰려들었다. 도로 양 옆으로는 수고가 30미터는 훨씬 더 나갈 것 같은 지름 30센티미터 이상의 소나무들이 정말 구부러진 나무 없이 숲가꾸기(가지치기와 솎아베기)가 잘 되어 있었다. 이들 나라들의 면적과 인구를 보면, 에스토니아는 면적 4만5천평방킬로미터에 인구가 125만 명이고, 리투아니아는 면적 약 6만5천평방킬로미터에 인구가 285만 명이며, 라트비아는 면적 약 6만4천평방킬로미터에 인구 196만 명이다. 물론 폴란드는 그보다 커서 면적 약 31만평방킬로미터에 인구는 3천8백만 명이 넘는다. 우리나라의 면적 약 9만9천평방킬로미터에 비교하면 이들 나라의 면적은 우리보다 약간 작거나 크지만 인구는 훨씬 작은 나라다. 물론 국민소득 또한 우리의 2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숲 하나만큼은 우리의 몇 배는 더 좋은 형편이라는 것은 숲을 둘러보는 내내 드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들 나라들의 숲은 평지에 조성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산악림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 작은 인구와 들판에 어쩌다 보이는 농가 그리고 대부분의 인구가 수도에 밀집되어 있는 그 나라들의 형편을 볼 때 어쩌면 그리 좋은 숲을 잘 가꾸었으며, 또 숲가꾸기를 잘 해 놓았는지 상상이 안 갈 정도다. 물론 기계화를 통해 숲가꾸기를 했고 또 평지림이다 보니 숲가꾸기가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인구 대비 산림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적을 텐데도 숲은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아름답고 자원으로의 가치를 급상승 시킨 나라들임엔 틀림이 없었다.

필자는 그 숲을 둘러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들 나라의 숲에 우리의 둘레길 기술을 수출하면 어떨까 하는 것 말이다. 숲을 다녔던 동료와 수없이 오간 이야기 중에 단연 많은 이야기들이 그것이었다. 2016년 우리 정부는 한반도 한 바퀴를 도는 4,500킬로미터의 여행길 ‘코리아둘레길’ 조성 계획을 발표했었다. 이러한 코리아둘레길은 여행자와 순례자의 로망인 산티아고둘레길의 3배에 달하는 길이다. 물론 가까이에는 지리산둘레길이 있고, 제주도 올레길도 있고, 각 지역마다 둘레길의 명목으로 아름다운 길들을 다니게 만들었다. 이들 지역은 숲이 아름다우나 둘레길처럼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놓지 않았고, 이따금 운전에 지쳤을 때 잠시 쉬어가는 길이 전부이며, 순전히 임업을 위한 작업로 형태이다. 그 길들의 주변에는 화장실 시설이 없다보니 휴지와 쓰레기 투기가 일어난 뒷모습이 숲 속으로 들어가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둘레길과 산림당국에서 운영하는 휴양림 시설을 보라. 잘 정리되어 있고, 또 쉬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가꾸고 조성되어 있다. 이러한 휴양림과 둘레길 조성 기술을 이들 나라에 수출하고 또 필요하다면 우리의 기술자들을 그 곳에 보내 우리의 기술을 다변화 하고 수출하면 어떻겠냐는 말이다.

적어도 이들 지역의 아름다운 숲에 우리의 기술을 이용한 둘레길과 휴양림 시설을 전파한다면 이들 지역의 숲은 더욱 더 아름답고 휴양가치가 높은 숲이 될 것이며, 우리의 기술을 전수한 최초의 기념비적 숲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산림당국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자체의 관련 업무를 보는 곳에서 이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 예로 중국의 경우를 보면, 중국은 아프리카에 자국의 노동력과 기술력을 동원해 체육관도 지어 주고 도로도 건설하는 등 세계로 나아가는 노력을 수십 년 전부터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우리의 기술력이 반드시 반도체나 첨단산업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산림기술이 몽골에 ‘서울 숲’을 조성한 사례나 ‘그린벨트사업’을 성공시킨 것 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일들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분명 상당한 성과가 따를 것이라 본다.

박재현(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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