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74)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74)
  • 경남일보
  • 승인 2017.08.3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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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74)

하지만 자본주의 만연한 세상에서 돈 없이 무슨 일을 도모하기란 윤활유 없이 기계를 돌리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양지는 답답한 생각의 돌파구로 어느 날은 옆 사람 아무도 몰래 복권을 사기도 했다. 돈복도 있는 놈이라야 돈이 들어오지 여적 한 회도 거르지 않고 복권을 샀지만 작은 액수라도 한 번 당첨된 적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노동자풍 사내의 푸념을 듣고 쓴 웃음을 같이 지은 적도 있었다.

그런 어느 날 신문 한 장을 손에 들고 흔들면서 호남이 뛰어 들어왔다.

손에든 신문을 쳐들고 호남이 뛰어든 때는 수연의 위탁모에게 양육비를 송금하고 막 들어 온 양지가 일복을 갈아입고 있을 때였다.

주체 못하게 가쁜 숨으로 양지를 잡고 쓰러질 듯 지탱한 호남은 더펄개라는 옛 별명이 그대로 살아있는 몸짓으로 외치듯이 말했다.

“언니야, 옴마가 기연이 우리를 돕는갑다!”

침까지 괴괴하게 베문 호남은 앞 뒤 없이 제 감정부터 쏟아내서 감 잡지 못한 양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 시간이면 자신의 업소에서 손님 접대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 텐데 직장 일을 빼먹고 여기까지 달려 온 화급한 문제는 무엇이며 손에 들린 저 신문은 무엇 때문인가.

“얘, 숨 넘어갈라. 진정부터 좀 해라.”

“언니야, 야야야, 우짜모 좋노. 에나 에나 우짜모 좋노. 대박이다 대박!”

돌로 누르듯이 차분한 양지의 대꾸도 무시한 채 호남은 아직 양지를 잡고 흔드는 동작은 물론 극한 감정을 멈추지 않고 토해내기 바쁘다. 작심한 양지는 호남에게서 빼낸 몸을 얼마큼 거리를 두고 옮겼다. 호남은 그제야 움켜쥐고 휘두르던 신문을 양지에게로 넘겨주며 내용을 채 읽기도 전에 답부터 채근했다.

“언니야, 봤쟤? 봤쟤? 우리 인제 부자 됐다. 내가 도둑질하고 사기 친 것도 아이고, 이런 일은 틀림없이 옴마가 도운기다. 그리 안 하모 이런 기적이 일어날 택이 없다. 아이고 여기 봐라, 여기 여기,”

호남이 성급하게 짚어 보이는 신문에는 거의 한 바닥 다 차지한 기사로 신도시 개발에 대한 뉴스가 도배되어 있었다.

“차암, 난 또 무슨 호들갑을 그리 요란떤다꼬. 도시야 느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신도시 개발을 하는 게 당연하지 그게 우리하고 무슨 큰 연관이 있다꼬.”

“아이고 답답, 그란 깨 내가 기막히고 코막히고 다 막히서 숨이 막히게 뛰왔제. 내가 뭐 할 일이 없어서 내하고 상관없는 일로 이리 야지발광을 할 끼고.”

“그럼 들어나 보자, 거기 또 분점 낼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기가?”

“내 볼따구부터 한 번 쎄기 꼬잡아 봐라. 꿈인지 생신지 실감 안 나기는 나도 마찬가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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