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오해를 푸는 법
이홍식(수필가)
[경일춘추]오해를 푸는 법
이홍식(수필가)
  • 경남일보
  • 승인 2017.09.0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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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식
얼마 전 아무런 잘못한 일이 없는 나에게 난데없이 근거 없는 말이 떠돌다 내 귀에까지 들렸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오해였고 억울했지만,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고 참외밭에서 신발 끈 묶은 사람처럼 내가 받은 오해가 딱 그 짝이었다. 옛말에 “여럿이 하는 입방아는 쇠도 녹일 수 있고 뭇 사람의 훼방도 쌓이면 뼈를 녹일 수 있다.”라고 한다. 사람들의 오해를 무시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려 했지만, 주변의 의문스러운 시선을 모른 체하는 게 힘들었고 나 혼자 아무리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일하려고 해도 마음뿐이었다.

당장 원인을 밝혀내고 그런 말을 한 당사자를 찾아내어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밝힐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 오해는 풀렸지만, 그래도 냄새가 옷에 배듯 아무 일 없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웠다. 그동안 내가 입은 마음 상처도 회복하려면 얼마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어떤 일에 휘말리게 되거나 옳은 일을 하려다 진흙탕 싸움에 말려들 때가 있다.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있다가 흙탕물이 묻는 일도 있다. 또 어떤 경우는 좋은 뜻으로 한마디 거든다는 것이 나중에 말이 돌고 돌아 그 일에 당사자로 내몰리는 일도 있다. 그럴 때, 억울한 마음이 앞서 감정이 격해진다면 일을 더 그르치게 된다. 그럴수록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가만있을 줄 알아야 한다. 우리 나이쯤에는 어릴 적 바느질하는 어머니 곁에서 어머니가 엉킨 실타래를 푸는 모습을 보며 자랐을 것이다. 엉킨 실타래는 잘못 건드리면 더 엉킨다. 천천히 처음 가닥을 찾아 어린아이 달래듯 달래다 보면 쉽게 풀어지지 않는가. 사람끼리 서로 얽힌 일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일어나는 많은 문제에 반드시 저항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내가 겪는 억울함 역시 꼭 벗겨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일도 있고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죄어드는 올가미처럼 더 힘들어지는 일도 있다. 그럴 때는 참고 기다려야 하고 바람이 나를 지나가게 해야 한다. 사람들의 의혹이 증폭되지 않도록 그 일에는 말 그대로 “동작 그만”이라는 말을 기억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손오공의 머리띠 벗겨지듯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옥죄든 올가미가 느슨해져 있거나 풀려있다.

이홍식(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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