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75)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75)
  • 경남일보
  • 승인 2017.09.0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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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75)

어린애처럼 자신의 얼굴을 양지 앞으로 바짝 들이미는 호남을 보며 정말 무슨 즐거운 일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라 여긴 양지는 마지못해서 픽 웃어주었다.

“여기 여기 내 땅이 있단 말이다! 옴마가 우리를 도왔단 말이다.”

“그쪽하고 연관도 없는 니가 무슨 땅이 있다고, 야아 호남아 제발 내가 알아듣도록 천천히 좀 똑바로 말해봐라.”

“옛날에, 옛날에 언니 니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내가 돈 빌려 간적 있었쟤? 언니는 그때 샤일록인가 뭔가도 모른다고 망신주면서 내 기를 팍 쥑있는데 짚기는 바로 짚었어. 글치만 나는 샤일록이 아니라 구세주 소리 들을 짓을 했던 기고 결과적으로 내 행운 줄을 잡아 땡긴 기란 말이다.”

“야가 참 알다가도 모를 소리만 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이나 먼저 말해봐.”

호남을 방방 뛰게 만든 그 횡재란 양지가 들어도 선뜻 납득 안 되는 남의 액운에서 비롯된 행운이었다.

어느 날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던 호남의 귀에 주인을 찾아 온 손님과 둘이 나누는 대화 내용이 들어왔다.

“이 사람아, 내가 오죽하모 자네를 찾아왔겄나. 백 모티이 다 둘러봐도 돈 나올 데는 없는디 이놈의 자식은 이런 기회를 놓치모 평생 후회하게 될끼라꼬 눈물 콧물 짜는데 내가 능력이 있나.”

“와요, 똥 묻은 중의 팔아서 공부 갤친 자식이 더 큰 호강 시키줄끼라 캅디까? 인자는 나도 안 쏙을 깁니다. 내 말은 귀에다 전봇대를 박고 들었는가, 아침 해장으로 훌쩍 마시뿟는가, 형이나 그 장한 아들놈 믿고 잘 사시우.”

자세히 보니 손님은 팔다 남은 농산물 리어카를 끌고와서 자주 떨이를 넘기고 가던 이웃동네의 농부였다.

“동상 말도 틀린 말은 아닌 줄 알지만, 평생 땅뒤지로 땅만 파고 살던 내가 믿을 거는 자식 빼끼 더 있나. 하것다는 공부를 작파시키는 부모가 어데 있겄나.”

“그래요. 그게 까지는 그렇다 치지만, 그 자식이 뜬금없이 모텔 사업 한다꼬 거금 들이서 리모델링인가 할 때도 내가 그랬지요. 우후죽순 모냥으로 들어서는 게 모텔인데 막차 탔다안캤어요? 시내 사람들 모두가 집에서 안자고 다 모텔 가서 잔다 캐도 안된다꼬 캤지요. 수리비 대출 내준 거 아직 안 갚았다고 은행에서 내한테로 독촉 왔습디다.”

“이 사람아. 사업 아닌가. 비싼 학채 딜이갖고 지가 외국에서 하고 온 공부가 호텔경영인가 뭐 그런 긴데 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 빚도 갚제. 밑천 안 들고 사업이 되나.”

“그런데 내가 보기에 형님 자식은 안 된다 그 말이라요. 자식이 겉멋하고 허풍만 복쟁이 배아지 모냥으로 빵빵하게 들어갖고 지 처지에 시작부터 이미 튼 거라, 파장에 전 펴는 꼴이라 이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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