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80>합천 이야기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80>합천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7.08.2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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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에 의하면 행복과 고통은 단지 그 순간에 어떤 신체 감각이 우세한가가 좌우한다. 이는 우리 몸이 외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신체 감각은 바람이나 파도처럼 수시로 바뀌지만 느끼는 감각에 따라 행복해지기도 하고 비참해지기도 한다. 이런 날 잠깐 멈춤의 시간을 갖고 좋지 못한 감각을 스스로를 단련하여 고마운 경험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합천으로 달린다.

33번국도 사대교차로 생비량삼거리 하동골 가회면을 지나 먼저 바람흔적미술관을 찾아간다. 바람흔적미술관은 가회면 중촌리에 설치미술가 최영호가 세운 무인 운영 사립미술관으로, 입장료와 대관료가 없으면서 누구나 자유롭게 대관하여 전시회를 열 수 있는 곳이다. 전시된 작품을 구입하고자 할 때에는 전시실에 적혀 있는 작가의 연락처를 통해 직접 거래하면 되고, 관리비용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의 휴게공간에 마련된 차를 마신 후 자발적으로 통에 넣는 돈으로 충당하는 아주 신선한 느낌의 미술관이다.


 

 


크기와 음이 다른 종이 달린 대형 바람개비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아름다운 멜로디를 울릴 때, 높이 767m의 모산재를 바라보면 신령스런 바위산이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 그래서 모산재는 영암산으로 부르기도 한다는데, 산이나 봉이 아닌 높은 산의 고개라는 뜻의 재라는 글자가 붙은 것이 특이하다. 모산재에는 순결바위 돛대바위 무지개터 등의 볼거리들과 함께 봄이면 북서쪽 능선을 타고 펼쳐지는 황매평전의 철쭉 군락이 장관이고, 산자락에는 법당과 불상은 없지만 신비함과 영험함이 깃든 영암사지가 있어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절터 답사 1순위로 꼽히는 영암사지에서 쌍사자 석등과 삼층석탑 등의 보물을 살펴보고 온화한 마음으로 황계폭포로 간다. 주위의 아름다운 경치와 잘 어울리는 황계폭포는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경치 또한 절경이다. 20여 미터 높이의 절벽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소리는 장엄하고, 수량은 자주 변하는 편이지만 마를 때가 거의 없어 한 여름에도 더위를 잊게 한다. 1단 폭포 아래 소는 명주실 한 꾸리가 다 들어가도 닿지 않을 정도로 깊어 용이 살았다는 전설도 전해오며, 옛 선비들은 이런 뛰어난 경치에 도취하여 중국의 여산폭포에 비유하기도 했다.

수상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합천댐을 내려다볼 수 있는 물문화관에 들려 아름다운 호수를 감상한 후 용문정으로 간다. 기묘사화가 일어나자 만은 유수정은 대사헌 조광조 등의 신진 인사들이 화를 당했다는 소식에 벼슬을 버리고, 이곳으로 내려와 정자를 지어 충청 및 영호남 현인 문객들과 교류하며 산수를 즐겼다는데, 정자 동쪽에는 신선이 내려왔다는 강선대가 있고, 정면 4칸 측면 2칸 팔작지붕으로 사방이 트여 있으며 주변의 화려한 백일홍도 잘 피어 어우러져 있다.

다음은 합천영상테마파크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세트장을 제작하여 흥행 후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자, 이런 호기를 놓치지 않고 본격적인 영상테마파크를 조성하였는데, 2004년 4월 개장이후 면적은 약 7만 5000㎡에 이르며, 증기기관차 탱크 장갑차 등이 서 있는 폐허가 된 평양시가지를 비롯해 전차가 오가는 거리, 조선총독부 헌병대, 경성역, 반도호텔, 세브란스병원, 파고다극장, 책방, 목욕탕, 이발소, 양장점, 살롱, 찻집 등 일제강점기의 경성시가지 모습과 서울 소공동거리도 만들어져 있어, 이런 거리를 걸으며 추억을 그려보거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봐도 좋다.

갈 길은 멀지만 점심때가 되어 식당을 찾아 나서려니 마침 영상테마파크 내에 지역민들이 운영하는 합천 로컬푸드 직매장이 있다. 농가뷔페와 수제돈가스뷔페로 손님을 모시는데, 착한가격으로 좋은 음식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참 좋았다. 돈가스와 샐러드 등으로 즐겁게 식사를 하고 합천읍으로 차를 달리니 목마른 말이 물을 마시는 모습을 하고 있는 갈마산이 눈에 들어온다. 산으로 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황강을 가로질러 놓여있고 그 아래로는 일해공원이 펼쳐진다.

대야성을 들어서 취적봉 기슭에 황강 정양호를 바라보는 수려한 풍경으로 많은 시인 묵객들이 풍류를 즐긴 함벽루에 올라, 황강레포츠공원에서 시원하게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잠시 삶의 행복을 느끼다가, 합천의 전통문화와 역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합천박물관을 둘러본 후 합천한정식으로 넉넉하고 편안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스스로를 단련하여 어려움도 고마운 경험으로 만들 명상을 하며 합천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황상레포츠공원
황계폭포
합천박물관
수제돈가스
모산재
함벽루
합천한정식
합청영상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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