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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 <178> 거제 북병산숲과 암릉이 조화로운 부드러운 육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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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7  23: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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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양마을 해안의 평화로운 모습. 가까운 곳에 작은 윤돌섬과 내도, 보타니아 외도는 가장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섬이다. 에티오피아 셀라시 황제가 이곳을 찾았다.

 

거제 북병산(北屛山·465m)은 마을 북쪽의 산이 병풍을 두른 듯하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반대로 정상에 올라 남쪽을 내려다보면 마을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망치해변이 조망된다. 산의 언저리를 따라 옹기종기 모여 앉은 집들은 망양마을, 해안가 하얀 모래언덕과 자갈밭은 구조라해수욕장과 망치몽돌해수욕장이다. 바다에는 한때 효자섬으로 불리다가 윤씨 삼형제가 돌다리를 놓았다고 해서 이름이 돼버린 윤돌섬과 보타니아로 유명한 외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 서북쪽에는 구천댐이 건설돼 시민식수와 조선공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 둘레길 같은 평탄한 숲길
   
 

이 지역 망치재에는 허투루 봐서는 안될 의미 있는 흔적이 남아 있다. 이른바 ‘황제의 길’로 거제 일운면과 동부면 경계지점에서 일운면 망치삼거리에 이르는 3㎞구간을 말한다. 1968년 5월 어느 날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하일레 셀라시’황제가 국빈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 나라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셀라시 황제의 명으로 강뉴(초전박살)부대 6037명을 파견했다. 이름도 생소한 지구 반대편 뜨거운 태양의 나라에서 온 강뉴부대는 그해 겨울 중부전선 춘천 일대에서 중공·북한군과 서전을 벌여 승리했다. 이후 이 부대는 한국에서만 253전 253승의 신화 같은 전과를 올리고선 휴전 후 조용히 귀국했다. 123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했다. 한국의 상황이 궁금했을까. 1968년 이 나라 황제 셀라시는 한국을 방문했다. 이어 그는 쪽빛 바다 출렁이는 파도가 내려다보이는 거제도 북병산 언덕에 올라 “원더풀!”을 연발했다. 울창한 숲과 푸른 바다, 그리고 섬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탄성을 지르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아름다웠기 때문이리라. 훗날 지역민들은 이 길을 황제의 길로 불렀고 표지석도 세웠다. 지금도 언덕배기에는 원더풀 펜션과 셀라시 펜션이 위치하고 있다.


▲등산로:망치버스 정류장→망치재→435m봉→달뜬바위→북병산→삼원사갈림길→갈림길→다리골재(임도부근)→379m봉→망양고개→418m봉 못미쳐 하산→소원맷돌바위→망양펜션단지

▲오전 10시, 망치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한다. 마을 뒤로 난 산길을 따라 오름짓해 10시 25분께 망치마을과 구천마을을 가르는 망치재에 도착한다. 망치(望峙)는 바다를 바라본다는 뜻이 담겼다. 옛날엔 망골로 불렀다. 왜구의 출몰을 감시한 망산과 같은 의미다. 황제의 길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하다. ‘애바위 암장 700m, 학동고개 5.5㎞’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길을 안내한다.

차량이 오가는 도로를 건널 때는 주의해야 한다. 산행의 기쁨으로 흥분해 도로를 함부로 건너는 이가 더러 있어 위험이 따른다.

   
▲ 북병산 정상부근, 암릉 높이가 족히 50m가 돼 보이는 낭떠러지다.


도로경계석을 넘어서면 다시 숲이 시작된다. 흐린 날씨, 산행 내내 태양이 구름 속에 갇혀서 숲은 어둠침침하다. 해안가 특유의 넓고 두꺼운 잎을 가진 수목이 군락을 이뤘기 때문이다.

오전 11시 8분, 바위 전망대에 올라선다.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다. 셀라시 황제가 이곳까지 오르지 않고도 원더풀을 7번 연발했다니 이 장면을 봤다면 10번은 외쳤을 법하다. U자형의 해안모습이 바다의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도자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취재팀은 그곳에 머물 수 없었다. 가뭄과 무더운 날씨에 창궐한 말벌이 일행에게로 달려들었다. 꼭 1년 전 산행 중 벌에 쏘인 기억이 있는 백승대 부장은 놀란 나머지 헛발질을 했다. 벌을 잡겠다며 손목 삔데 쓰는 뿌리는 물파스를 벌집 입구에 분사하고 뛰어가 버렸다. 말벌이 죽기는커녕 수십 마리가 분수처럼 날아올랐다.

두 번째 암릉이 나타난다. 로프가 설치돼 있는 험한 구간이라 조심해야 한다. 등산로는 아래로 내려갔다가 안부에서 다시 고도를 높인다.

비로소 이 산 최고의 전망대를 만난다. 정상에서 100m못 미친 지점으로 앞서 봤던 조망보다 더 시선이 높아지면서 바다는 더 넓고 산은 더 크다. 산과 바다, 마을이 주는 느낌은 아늑하고 평화롭다. 참살기좋은마을 가꾸기사업 전국콘테스트 대상을 받은 마을이다. 이 지역 암릉 일대를 달뜬바위라고 지칭하는데 이는 산 아래에서 북병산을 봤을 때 바위 위에 푸른 달이 조화를 이룬다는 데서 유래했다.


오전 11시 34분, 정상에 닿는다. 정상 암벽 절반은 육산이지만 반은 노출된 암릉으로 높이가 족히 50m가 넘는 낭떠러지로 돼 있다. 끝에 서면 오금이 저린다. 바다향 실린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산과 해안, 해수욕장과 바다, 섬 그리고 수평선, 하늘이 파인더에 들어온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군인을 생각한다. 67년 전 젊은 군인은 꿈에서도 본적이 없는 한반도에 날아왔다. 그들 조국이 이탈리아에 침략당한 적이 있었기에 한국의 비극을 알고 있었다. 이탈리아를 몰아낸 황제 셀라시는 UN에 ‘집단안보론’을 주장한 인물, 그런 뒤 한국에 전쟁이 터졌고 그는 UN군을 파견했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참전 군인들의 인도주의정신, 그들은 월급을 본국에 보내지 않고 부대 안에 ‘보화원’을 설립해 전쟁고아들을 돌봤다. 현재 에티오피아에는 참전한 노병 250여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경제적인 사정이 좋지 않아 가난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전쟁의 고난을 딛고 10대 무역강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먼 나라 이름 없는 젊은 군인들의 뜨거운 피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안다.

삼각점을 표시하는 지점에서부터는 산세가 완만해진다. 신기하게도 오르내림이 없는 둘레길이나 산책로 수준이다. 수목사이에는 소털풀, 일명 머리카락 풀이 잔디처럼 깔려 있다. 비단과 양탄자로 된 그린카펫이다. 카펫 길은 20여분 정도 이어진다. 그러다가 갈림길이 나오는데 직진방향에 아름드리 나무둥치가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우회전해야 한다. 산행 중 나무둥치로 막아 놓은 길은 절대 가지 않아야 한다. 선등자가 남긴 메시지로, 이곳에 들어갔다가는 길을 잃거나 낭떠러지로 갈 수도 있다.

등산로는 갈림길에서 우회전과 동시에 오른쪽 사면을 따라 비스듬하게 돌아간다. 이어서 갑자기 아래로 고도를 낮춰서 다리골재로 향한다. 습기를 머금은 나무뿌리와 흙길은 미끄럽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꽃다발처럼 자라는 버섯, 홀로 자라는 버섯 등 다양한 버섯이 늦여름 산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낮 12시 20분, 제법 내려왔다고 생각할 즈음 왼쪽에 트럭이 한대 올라왔다가 사라졌다. 임도가 있는 다리골재, 제1망양갈림길이다. 오른쪽이 망양마을, 직진하면 379m봉우리→망양고개를 거쳐 변송치(소동고개)로 이어지는 거제지맥이다.

취재팀은 이 지점에서 휴식한 뒤 410∼420m 높이의 고만고만한 산길을 걸어 옛 노랫가락 흥얼거리면서 즐거운 산행을 이어갔다. 418m봉우리 못 미쳐서 망양마을 길을 잡으면 하산길이다. 하얀 지붕이 보이면서 펜션단지에 다다를 즈음 소원맷돌바위를 만날 수 있다. 바위의 사연은 이렇다. 오래 전 마을에 극심한 가뭄과 흉년이 들었다. 사람들은 북병산 달뜬바위에서 산신령님에게 기우제를 지냈다. 신통하게도 이튿날 많은 비가 내려 가뭄이 해소됐다. 산신령님께 고마움의 제를 지내기 위해 산에 다시 올라가게 됐는데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맷돌을 닮은 큰 바위를 발견했다. 사람들은 산신령님이 흉년과 굶주림에 허덕이는 우리들에게 곡식을 빻아서 주린 배를 채워주려고 갖다놓은 것이라 생각했다. 이후 산신령님의 효험이 깃든 이 바위를 소원맷돌바위이라 불렀고 오갈 때마다 돌탑에 돌을 얹으며 소원을 빌곤 했다. 오후 3시, 망양마을에 도착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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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맷돌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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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버섯을 닮은 야생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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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양탄자를 깐듯한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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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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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가 설치돼 있는 암릉오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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