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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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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7  23: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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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78)

“먹고 사는 거야 나도 오빠네 농장 일을 하고 있으니 걱정할거 없는데, 요즘은 내 인생이 고작 나하나 먹고 사는 것에 매달려 이 좋은 시기를 허비하고 있는가 싶으니 나 자신이 한 없이 초라해 미치겠어. 수연이도 우리가 데려다 길러야 되는데 자꾸 그런 생각이 들면 입맛도 떨어지고.”

그러나 이제 환하게 밝고 맑은 새날이 왔다. 정말 신이 된 어머니의 기원대로 운이 풀리는 것으로 믿어도 좋을 대박 난 뉴스였다.

“언니야, 우리 이참에 같이 한 번 거기 가보자.”

“그래 좋다. 내려가다 언니도 데려갈까?”

“그 사고뭉치?”

“그런 말 자꾸 쓰지마라. 언니가 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잘 알면서 박절하게 그라모 되겠나. 우리 이 소식 들으면 언니도 아주 좋아할 거다. 일없이 시간만 보내려니 심심해서 너나 나한테 찍자 붙을 궁리밖에 안했을지도 모르고.”

“심심풀이로 우리를 괴롭힌다꼬? 언니가 그리 감싸니까 더하는 거 아이가. 잘못 한 거 있으모 따끔하게 나무래기도 해야지. 지가 무슨 상전이라꼬.”

“감기처럼 며칠간만 약 먹고 쉬면 나을 병도 아니고, 마음에 병은 우리가 더 감싸고 따뜻하게 대할수록 빠른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고 의사가 안 그라더나. 아픈 사람을 우짜노 우리가 봐줘야지.”

“봐, 봐, 누가 언닌지 동생인지. 참 기가 막힌다.”

“언니는 아직 어린애나 마찬가지다. 낯선 땅에 정착하기 어려운 귀화식물과 다를 바 없어. 그래도 요즘은 약도 꼬박꼬박 챙겨먹고 스스로 밥을 해 놓기도 한다. 너 남자친구 있는 것도 알던데 설마 같이 자다가 들킨 건 아니지? 저 생각해서 둘이만 자다 그러니 더 화가 나지. 자기보다 많이 누리는 욕심쟁이로, 질투는 물론이고 온갖 걸 다 빼딱하게 보고 모두 나쁜 사람으로 몬다 아이가.”

“그러니까 환자지 환자. 트라우마 뭐 그런 말 의사가 안하 더나.”

“엊그제는 동네 아줌마한테 행패도 부렸다며?”

“본인도 억울하니까. 여기 방이 조금만 너르면 같이 있어도 될 텐데 너한테서 사고치고 나와 방을 따로 얻어서 있게 한 게 잘못된 것도 같애.”

“밤에는 언니가 내려가서 같이 잔다 아이가. 하긴 전에 나한테 하듯이 언니한테는 같이 잘 때 안 그런다니까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만.”

양지는 호남이 왜 저토록 진저리치며 귀남을 경원하는지, 불에 덴 듯 요란한 전화를 받았던 그 새벽을 떠올리면 귀남 언니도 동생 호남이도 다 측은해졌다. 귀남이 양지네의 품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비몽사몽간에 전화를 받으며 본능적으로 벽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 시였다. 수화기를 드는 순간 득달같이 날아든 호남의 비명이 귀청을 때렸다. 그런데 공 굴리듯이 쏟아내는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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