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79)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79)
  • 경남일보
  • 승인 2017.09.0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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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79)

“언니야, 어서 와서 저것 좀 데꼬가라. 같이 더 있다가는 저것 손에 내가 죽겠다. 언니 말 들었다가 내가 제명대로 몬살겄단 말이다!”

귀남을 제대로 언니 취급 안하는 것은 물론 ‘저것’이라는 앙칼진 표현으로 사태는 감지되었다.

“자다가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들어 눈을 뜨니 이게 글쎄 저승사자처럼 뻐끔하게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아이가. 귀신이 무얼 씹듯이 아작아작 껌을 씹으면서 히히 웃더라고. 깜짝 놀라 일어나서 무슨 일로 또 시비 걸 게 있느냐꼬 따졌더니 이런다. 너는 어쩜 그리 태평스럽게 단잠을 자노 궁금하다. 나는 아프고 외롭고 슬퍼하면서 떠돌 때도 넌 그렇게 편한 잠을 잤겠지, 하면서 부르르 떠는 기라. 참말로 미치고 팔딱 뛰겄다. 나만 와 그래야되노. 내가 뭘 잘못했노, 따지고 드는데, 그러다가 눈이 홰딱 디비져갖고 잠자는 내 목이라도 에나 팍 눌렀다카모 우짤 뻔 했노. 난 도저히 저런 흉기를 옆에 두고 몬 산다. 당장 내 옆에서 치아 도라.”

“언니는 지금 우짜고 있노?”

“몰라, 내가 하도 기함을 한께 저도 무안했는지 밖으로 나갔는데 죽든지 살든지 나는 더 이상 신경 안 쓴다.”

“그래도 어서 나가 찾아 봐. 저번처럼 또 미안하다며 안고 울지도 몰라. 전에도 밤늦도록 일하고 들어 온 너 술국 끓여놓고 기다렸다면서? 정상이 아닌 사람이니 우리가-”

“언니 또 그 소리다. 오늘 당장 데리고 안가나모 내가 따로 나간다.”

“내가 무슨 대책을 찾아볼테니까 우선 진정이나 해라. 여기는 좁고 불편해서 안덴다고 니가 먼저 같이 있겠다고 자청했거니까 조금만 더 참고 있어봐.”

“그때는 누가 이렇게 골 때리는 인간인지 알았나. 아무튼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말지 나 스스로도 무섭거든.”

“이딴 취급이나 받으려고 그토록 오고 싶어 했다니 하면서 언니가 자학하는 말을 할 때는 나도 미안하고 부끄러워.”

“저 그렇게 되라고 우리가 시켰어? 우리가 무슨 죄냐고. 아무튼 난 징그럽고 섬뜩해서 더 이상 같이 안되니깨 언니가 알아서 해.”

다음 날 양지는 마음씨 좋아 보이는 주인댁을 골라 귀남의 거처를 따로 마련했고 밤에는 자신이 거처하던 목장의 숙소를 떠나 귀남이와 한 방에서 잠을 잤다.

이제는 끝났으려니 여겼으나 고난과 고행은 여전히 동행을 고집한다. 일견 먹고 사는 걱정만 덜면 한결 안온해지려니 했던 작은 바람은 연일 귀남으로 인한 소스래바람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호남이 말하는 엊그제 일도 양지가 같이 있었기 망정이지 귀남이 혼자 있을 때였으면 또 어떤 불상사로 커졌을지 다시 아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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