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식물 육종의 선구자 우장춘
김영광(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학박사)
[농업이야기]식물 육종의 선구자 우장춘
김영광(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학박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9.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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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광
얼마 전 우장춘 박사의 귀중한 유품들이 국내로 돌아와 국가기록원에 전달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그 중에는 모양과 색깔이 선명한 나팔꽃 표본과 그분의 손길이 묻어나는 연구노트도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 근대 농업의 아버지로 칭송되는 우장춘은 어떤 분인가? 그의 부친은 우범선으로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가담한 후 일본에 망명하였지만 친일 매국노란 멍에로 자객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분이다. 일본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그는 빈곤과 학대 속에서도 세계적인 육종학자가 되었다. 배추속 식물의 게놈 분석에 관한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서로 다른 종이 교배를 통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종의 합성을 실증하여 다윈 진화론 중 ‘종은 자연도태의 결과’라는 설을 보충하는 내용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종이 다른 식물들의 유전적 연관관계를 정리한 ‘우의 삼각형’은 세계 육종학 교과서에 현재도 실리고 있다.

잠시 종묘회사에 있으시면서 세계 최초로 겹꽃 페튜니아 육성에 성공하여 회사에 많은 돈을 벌어다 주었지만 정작 본인은 그다지 혜택을 보진 못했다. 1950년 정부의 초청으로 조국에 돌아와 돌아가시기까지 9년 5개월간을 국내의 채소종자 자급과 6.25전쟁 이후의 식량난 해결에 진력을 다하셨다. 그 당시까지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채소종자 중에서도 김치의 재료가 되는 배추와 무 종자를 국내 육종을 통하여 완전히 자급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식량난을 해결하고자 바이러스에 취약한 강원도 감자를 개량한 무균 씨감자를 생산 보급하셨고,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벼 품종육성에도 관여를 하셨다. 그 분의 일화 중 세상에 가장 많이 알려진 씨 없는 수박이야기는 박사님께서 최초로 만든 사람은 아니고, 육종기술의 중요성을 국내에 알리고자 만들어 시연한 일이 와전된 것이란다.

그런데 무엇보다 그 분의 가장 큰 업적은 육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에 많은 후학 양성을 통해서 우리나라 육종연구의 튼튼한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 할 것이다. 내가 처음 우박사님을 알게 된 것은 중학교 생물교과서를 통해서로 기억된다. 교과서에 등장한 세계적인 농학자, 그 분의 전기담을 열정적으로 전해주셨던 생물선생님 덕분에 나도 농학도의 길을 걷게 되었다. 아마도 많은 농학도들이 가장 본받고 싶어 하는 마음속 멘토 중의 한분이 바로 우장춘 박사님 일거다. 세계는 지금 종자 전쟁 중이다. 신품종을 개발하기 위하여 각 나라가 온 힘을 쏟고 있다. 국내에서도 골든씨드프로젝트란 이름으로 금값보다 비싼 종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열심히 뛰고 있는 국내 육종가의 뿌리에는 한국 근대농업의 아버지 우장춘의 땀과 열정이 베여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김영광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연구협력담당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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