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혁신도시가 딛고 있는 것
고영회(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진주 혁신도시가 딛고 있는 것
고영회(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9.1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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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진주에서 동쪽으로 바라보면 진주 분지를 둘러싼 산, 마치 커다란 개구리가 엎드려 있는 듯한 모습을 지닌 산, 장군대산이다. 그 산 아래에 여러 계곡이 오목하게 모이는 곳에 청곡사가 있다. 나는 그 아래에 있는 마을 갈전에서 태어났다. 고교 때까지 방학이면 지게를 지고 장군대산으로 땔감용 낙엽을 긁으러 다녔다.

지금 혁신도시가 자리 잡은 땅은 남강 옆에 있는 옥토였다. 강가 나룻배로 건너 토란 배추 밭 벼 복숭아를 키우던 땅이었다. 그 땅은 멀리 상류에서 흘러내린 흙이 쌓여 만들어진 것으로, 얼마나 곱든지 맨발로 다녀도 느낌이 무척 좋았다. 땅도 기름져 산 아래 밭에서 키우던 것과 자라는 것 자체가 달랐다. 그렇게 수확한 농작물을 손수레에 싣고 돌아가는 때에 참으로 뿌듯했다. 문산읍 쪽에 있던 논과 밭은 동네 가까이 있기에 농사짓던 시절에는 누구나 갖고 싶었던 문전옥답이었다.

노무현 정부들어 세종시에 이어 전국에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발표하면서 진주에도 혁신도시가 들어서게 되었다. 논밭은 땅이 낮기 때문에 메워야 했고, 그걸 위해 주변에 있는 산을 깎아 바위를 깬 흙으로 메웠다. 옥토에 깬 자갈로 메워 넣는 것을 보면서, 저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새롭게 도시를 만드는 작업이고, 그렇게 새 도시를 만들면 수백 년 수천 년을 가야 할 기반시설인데, 그렇게 급작스럽게 결정하고 밀어붙일 일이었는지 아직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새롭게 도시를 만드는 것이라면 혁신도시가 진주에서 좀 떨어져 있으면 어떠랴. 진주에서 좀 벗어나면 나지막한 산이 많다. 새롭게 조성하는 땅인데 산봉우리를 날려 골을 메우면 평평한 땅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만든 땅이 지반이 더 튼튼할 것이다. 문전옥답은 진흙으로 채워져 그 위에 건물을 지으려면 지반을 개량해야 한다. 그런 형편인데 그렇게 좋은 땅에 깬 자갈을 쏟아 부어 부지를 만들어야 했을까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게 만든 땅에는 대변혁이 일어났다. 다리가 새로 놓이고, 단일 공기업으로 자산이 제일 많다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들어서고 저작권위원회 같은 여러 기관이 진주로 옮아왔다. 폐교됐던 갈전초등학교는 혁신도시에 터를 잡아 다시 문을 열었다. 갈전초등 선배로서 진로교육 특강을 맡기도 했다. 문산중학교와 진양고교도 혁신도시 안으로 옮겼다는 소식도 들었다.

진주혁신도시는 참 소중한 땅 위에 세워졌다. 농사꾼이라면 피눈물을 쏟을 땅 위에 세워졌다. 그런 만큼 진주혁신도시는 정말 제 값어치를 해야 한다. 정말 소중한 자산을 딛고 있기에.

고영회(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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