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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칼럼] ‘쿨’한 사회가 앓는 병
안지산(경상대학교 신문사 편집국장)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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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3  18: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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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일본인들은 사람들로 붐비는 공간에서 서로 부딪히면 반사적으로 ‘미안하다’는 의미인 ‘스미마셍’을 빠르게 내뱉는다. 여행이 끝난 후 한국에 돌아와 공항에 내리자마자 짐을 찾는 공간에서 한국인과 부딪혔다. 반사적으로 ‘어이쿠’를 외칠 뿐 각자 여행용 가방을 끌고 제 갈 길을 찾아갔다. 말 한마디 없어도 눈치껏 알아차리니 그야말로 ‘쿨’한 민족이다. 하지만 ‘쿨’이 언제부터인가 도를 넘었다. 말 없는 삭막한 시간 속에서 막말이 잦아졌고 가시 돋친 비난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힐링’이란 단어가 언젠가부터 유행처럼 퍼졌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웰빙’을 추구하는 시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의 마음이 병들어 가고 있기 때문에 등장한 단어가 힐링이다. ‘힐링 공연’, ‘힐링 요법’ 등 ‘치유’를 위한 몸부림은 많지만 ‘쿨’한 사회는 심리 병동처럼 마음이 아픈 사람들로 넘친다. 겉으로 괜찮아 보이지만 개인의 마음속에는 주삿바늘 자국이 선명한 것이다.

심리 상담에서 ‘원수’ 같은 상대에게 평소와 다른 언행을 보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꼴도 보기 싫은 남편이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올 때 미간을 찌푸리기보다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여보, 어서 와요’라고 해 보는 것이다.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시작한 말이라도 곧 영혼이 담기게 된다. 처음엔 꺼림칙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되고 결국 서로 ‘예쁜 말’을 주고받게 된다. 이렇듯 ‘힐링’은 ‘언(言)’과 ‘행(行)’으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의 체온은 36.5도다. 사실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약간 높은 37도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36도에 머물러 있고 35도인 사람도 적지 않다. 체온이 낮은 것은 과학적으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차가운 말을 주고받는 사회 때문이라고 단정지어버리고 싶다. 타인의 잘못이 눈에 띄면 부리나케 지적하기 바쁘지 칭찬의 말을 꺼내기는 어렵다. 당신 마음속에 온도계를 하나 장만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난 뒤 마음의 온도계를 확인해 보면 좋겠다. 저녁이면 바람이 찹더라. 당신이 건넨 한 마디가 타인의 마음의 체온을 따스하게 데워 주길 바란다.

 
안지산(경상대학교 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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