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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떤 발암물질 쓰니?[시민기자]알면서도 쓸 수밖에 없는 '유해물질' 생리대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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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4  01: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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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영(34세) 씨는 유해물질 생리대로 가장 먼저 이름에 올랐던 제품을 4년째 써왔다. 다른 종류의 생리대도 많았지만, 감촉이나 두께도 마음에 들었고, 다른 제품보다 행사를 자주 해서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점점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생리혈이 줄고, 생리 주기가 들쭉날쭉해졌다. 처음에는 회사 일이 힘들어서, 혹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이유 없이 분비물이 심한 날이 자주 찾아왔고 결국 산부인과를 찾았지만, 스트레스성이라는 대답만 들었다. 그렇게 체념하고 있을 때 유해 생리대 뉴스가 터졌다. 오랫동안 사용했던 생리대가 헤드라인에 걸려있었다. 한 씨는 황망했다.

지난 4월 여성 환경연대와 강원대 연구팀은 판매량이 많은 4개 회사 제품의 유해 성분 검출 여부를 조사했다. 일회용 중형 생리대 5종, 팬티 라이너 5종 등 총 10개 제품이 체온(36.5도)과 같은 환경의 밀폐공간 안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방출하는지에 대해 실험이 이뤄졌다. 그 결과 10개 제품 모두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됐다.

화학물질이 체내로 흡수되는 것은 세 가지 경로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가 경구 흡수, 입으로 섭취하는 음식을 통해서 들어오는 경우다. 이 경우 간의 해독 및 대사기능에 의해 독성은 90% 이상 소실된다. 두 번째는 공기를 흡입해 폐를 통해 흡수되는 경우다. 오염된 공기를 흡입하는 것을 피할 수 없지만, 마스크 착용 등으로 예방할 수 있다.

마지막이 경피흡수, 즉 피부를 통한 것이다. 피부를 통해 독이 들어 올 수 있다는 것은 앞서 말한 두 가지 경로보다 체감도가 낮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벌레 기피제를 뿌린 유아에게 뇌장애가 생기기도 했으며, 샴푸가 여성의 자궁내막증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피부를 통한 유해물질 흡수는 부위에 따라 흡수율이 다르다. 팔 안쪽을 1로 가정하면, 두피는 3.5배, 이마는 6배, 겨드랑이는 3.6배, 성기는 무려 42배에 이른다. 특히 질은 점막으로 되어있어 흡수율이 더 높다. 혈액이나 림프관으로 바로 흡수되기 때문에 10%가량을 제외하고는 모두 장기와 지방에 축적된다.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면 체내에 90%가 축적되는 셈이다.

실제로 다수의 소비자는 온라인 포털사이트와 SNS에서 생리불순과 생리량 감소와 같은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 8월 20일 문제로 거론된 업체의 생리대 제품의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다음날 발표된 해당 업체의 첫 입장은 많은 여성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식약처의 인증을 통과한 접착제로 인체에 해가 없으며, 문제의 접착제 성분은 다른 생리대 제조회사도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분노한 여성들은 집단소송을 준비했다. 대형 포털사이트에는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가 만들어졌고, 설문조사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에 해당 업체는 한국소비자원에 자사 제품 안전성 테스트를 요청하는 한편 환불조치에 이어 판매와 생산을 전면 중단, 전 제품 환불을 실시했다.

식약처의 오락가락한 입장은 불안감을 키웠다. 여성 환경연대와 강원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가 ‘과학적 신빙성이 낮다’고 발표한 이후 전 제품명을 공개한 것이다. 처음 거론됐던 업체는 물론 유명 제조사 11개 제품에서 모두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결과는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여성은 평생 생리대를 1만 4,000개 이상 사용한다. 이것을 위해 평생 지출하는 비용만 500만 원 가까이다. 여성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당연한 필수품이다. 하지만 품질검사 기준은 20년 전 그대로다.

한아영씨는 “내 몸이 증거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피해사례 소송에 1차 원고로 이름을 올린 3,000여 명의 증거가 이미 확보되어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위험에 내몰리지 않는 대한민국이 오길 바란다.

오진선 시민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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