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놀이마당이 되면 어떨까
민영인(귀농인·중국어강사)
축제가 놀이마당이 되면 어떨까
민영인(귀농인·중국어강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9.17 14: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영인
바야흐로 가을 축제시즌이 도래했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체제도 시행 이후 경쟁적으로 축제를 만들면서 축제공화국이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에 의하면 2017년 대한민국 각 지역에서 개최되는 축제는 ‘2일 이상, 지역주민, 지역단체, 지방정부가 개최하며 불특정 다수인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관광예술축제’로 한정하고서도 자그마치 733개나 된다. 이 중에서 대표(3), 최우수(7), 우수(10), 유망(21)축제를 선정해 무한경쟁을 하고 있다.

테마별 전시, 공연, 체험 등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면 각설이타령, 전국에서 몰려든 먹거리 노점상, 판매장, 초청가수 등 별반 차별화된 특색을 찾기는 어렵다.
축제(祝祭)는 ‘개인 또는 공동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결속력을 주는 사건이나 시기를 기념해 의식을 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럼 우리 선조들의 축제는 어땠을까. 조선시대에는 국가나 왕실에 중요한 행사, 잔치가 있으면 그 현장의 모습을 담은 의궤(儀軌)라는 책을 간행했는데, 여기서 우리는 국가적 축제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민간에서는 대동놀이라 하여 평민과 양반, 부자와 가난한 이, 남자와 여자, 어린아이와 어른, 모두 함께 땀을 흘리고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흥겹게 어우러졌던 행사들이 전래됐다.

브라질의 쌈바 카니발이나 일본의 마쯔리 등은 지역주민들이 축제의 주최가 되고, 외지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그 일정에 맞춰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또한 중국 장예모 감독의 인상(印象)시리즈는 그 지역 소수민족의 삶과 애환, 전통을 노래하고, 초대형 무대에 지역민이 대거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축제는 전통이다. 농촌은 농촌대로, 어촌은 어촌대로, 산촌은 산촌대로 잊혀져가는 전통과 문화를 복원해 지역민이 공감하고 참여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축제는 너무 획일적이고 상업적이다. 이제 화려한 공연장을 만들지 말고, 몸값 비싼 연예인들 부르지 말자. 그 돈으로 대동놀이의 개념을 살려 지역민들의 한바탕 놀이마당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무대를 만들어 공연장과 관객을 분리하지 말자. 전체가 어렵다면 부분만이라도 전통을 살리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땀 흘린 수고에 대한 감사의 마당이나 풍년과 태평성세를 기원하는 잔치판을 벌려보는 것은 어떨까. 가마솥 걸어 놓고 국밥도 끓이고, 막걸리도 권해보자. 재 넘어 사돈도 부르자 흥에 겨우면 덩실덩실 춤도 추고, 구경꾼도 끌어 들여 다함께 신명나는 놀이마당이 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축제가 아닐까?
 
민영인(귀농인·중국어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