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성숙한 가을 열매처럼
[월요단상] 성숙한 가을 열매처럼
  • 경남일보
  • 승인 2017.09.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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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가마솥처럼 푹푹 찌는 뙤약볕의 열기 속에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에 땀이 주르르 흘렀던 지난여름의 수은주도 가을이라는 계절 앞에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제 이리저리 분별없는 젊음의 욕망만이 달음질쳤던 서툴고 성급한 시절만 있었다고 생각말자. 젊음의 정열이 순수하고 아름답다고 인생에서 뜻한바 모든 것이 성취되는 건 아니라고, 가을 열매를 무르익히고 있는 햇살만이 따갑게 일깨워 준다.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실수에도, 그저 쓸쓸한 미소만을 건네며 돌아서야 하는 모습에서 더욱 가을을 느낄 수 있길 바라자. 지난날 보다 잘해 내기 위해 먹구름에 천둥번개 으름장을 놓고가는 여름 하늘같이 흥분해서 화를 내며 목청을 소리 높여 보았지만 결국 우리는 이런저런 삶에 얼마나 부딪쳤던가.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자신의 꿈을 위함이라기보다는 실수와 잘못을 줄여가려는 성실에 대한 설익은 표현이었다고 기우는 가을 해를 바라보며 새삼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여름 대낮 뙤약볕을 이고도 끄떡없던 젊음의 녹음도 지금은 상큼한 가을 냄새 풍겨 나면서, 비로소 수풀은 끈적대는 탐욕도 털어내지 않는가. 지난여름 계곡을 굽이쳐 흐르던 청아한 물도 아픈 상처마다 입 맞추며 어루만지고 흘러가듯 우리의 나이 역시 어디쯤에 이르렀을까? 이제는 성숙과 완성을 위해 가슴속에 일어나는 뜨거운 감정을 다스려 낸 눈물겨운 가을볕을 닮아가자. 비록 젊었다 해도 인생이건 성공이건 그 모두가 여름철의 맹렬한 열정만으로 급히 달린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 않는가. 

가을 햇살이 따가울수록 가을 나뭇잎에 물드는 붉은 듯 빛깔 고운 과일은 땀흘려온 우리의 가슴은 아니었을까? 젊어서 경쟁하던 시고도 떫은맛이 그 성실했던 삶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제는 깊고도 구수한 가을 열매처럼 탐스럽게 익어만 가리라. 우리도 이제 흰 머리칼에서, 깊이 패어진 주름살에서 이 가을날 한걸음 한걸음 더 나아가 더욱 성숙해지기를 바라자. 

가을열매 탐스럽게 익히는 가을햇살에서 이제는 조금씩 짧아져가는 안타까운 햇살 같은 연민으로 나의 생각과 결정 보다는 타인의 생각과 결정을 존중하며 다가올 자신의 백발을 위로하자. 아니 쓸쓸하나 그래도 보람찬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며 인생의 가을철을 흐뭇하게 추억하자. 가을 열매 탐스러운 자신의 삶의 성숙을 깊은 감회로 바라볼 수 있는 우리 역시 가을 나이가 아닌가, 지금 이대로의 모습에서 더욱 땀 흘려 수고하고 더욱 성실하자. 그래서 많은 걸 깊이 깨닫고 그리고 더욱 겸허해지자.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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